언론속의 국민

공을 똑바로 치는 건 여자가, 홀에 넣는 건 남자가 더 잘한다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통계로 본 남녀 능력 차이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
LPGA 71%… PGA 61% 그쳐
 멀리 치는 남자, 정확성 떨어져

LPGA 라운드당 퍼트 29.95개
PGA 평균보다 0.89개나 많아
 섬세한 여성, 퍼팅서 뒤져 의외
‘남성 공간지각 능력 앞서’ 분석

 지난 2005년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로런스 서머스가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개최한 한 콘퍼런스에서 이른바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남녀의 선천적 차이 때문이라는 취지의 연설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남녀의 능력 차이는 심리학을 포함한 과학계의 여전한 논쟁거리다. 과학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남녀의 차이에 관해 관심이 많다.

미국의 상담사이자 작가인 존 그레이가 1992년 출간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대표적인 예다. 화성인과 금성인만큼이나 서로 다른 언어와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남녀 갈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성별에 따른 선천적 차이는 사회, 경제, 문화 영역보다 스포츠나 운동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근육량은 남성 근육량의 평균 60∼70% 수준이다. 사춘기 초 빠르게 증가하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라는 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될수록 근육이 발달하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될수록 지방질이 발달한다.

근육량의 차이는 근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상체 근력이 40∼60%, 하체 근력은 25∼30% 정도 약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를 포함한 클럽별 평균 샷 거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과 비교해 평균 20% 정도 짧다. 근력에서 앞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멀리 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남녀 골퍼의 흥미로운 차이는 퍼팅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 동안 미국 LPGA의 라운드당 퍼트 수 평균은 29.95개로 같은 기간 PGA투어의 라운드당 퍼트 수 평균인 29.06개와 비교하면 0.89개가 많다. 거의 1타 차이가 난다. 0.89타는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PGA투어에서 이 정도면 라운드당 퍼트 수 순위에서 최대 80위 정도까지 순위 차이가 난다. 또 LPGA의 라운드당 퍼트 수 평균인 29.95개는 PGA투어에서 전체 188명 중 183위 수준이다. 반면 PGA투어의 29.06개는 LPGA에서라면 7위에 해당한다. 4라운드 합계로 진행되는 투어 경기에서 라운드당 0.89타는 우승을 가리거나 예선 통과를 좌지우지할 만큼 큰 숫자다.

드라이버샷 정확도(페어웨이 안착률) 통계로 가면 이러한 남녀 차이는 정반대가 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LPGA의 드라이버샷 정확도 평균은 71.6%로 PGA투어의 드라이버샷 정확도 평균인 61.6%와 비교해 10%포인트나 높다. LPGA의 71.6%는 PGA투어에서라면 전체 188명 중 7위에 해당한다. 반면 PGA투어의 61.6%는 LPGA에서라면 전체 158명 중 149위 정도에 그친다.

이런 기록만 놓고 ‘화성 남자, 금성 여자’하는 식으로 조금 과장해 표현한다면 한마디로 “남자는 공을 똑바로 못 치고, 여자는 공을 홀에 잘 못 넣는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의 속도와 정확성은 반비례한다. 따라서 공을 더 멀리 치는 남성의 드라이버샷 정확도가 여성보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큰 힘을 요구하지 않는 퍼팅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뒤지는 것은 의외다. 퍼팅처럼 정교하고 섬세한 동작에서는 여자가 오히려 남자보다 낫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공간 정보를 지각하고 처리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린 읽기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리학적으로 지구력을 요구하는 운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1970년까지 여성이 마라톤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성이 달리면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남녀 차이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보면, 남녀 차이보다 동성 안에서의 개인차가 더 크거나 차이가 있더라도 타고난 차이보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남성 중심의 문화적 영향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차이건 아니면 개인 간, 인종 간, 세대 간 차이건 전 세계 75억 명의 인간이 모두 다 똑같을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차이를 차별의 근거로 삼지 않는 열린 생각과 태도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52001032239000003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책 읽는 대한민국/21세기 新고전 50권]<23>숲의 서사시 / 전영우(삼림)교수
다음글 [홍성걸의 새론새평] 어느 보수주의자의 눈으로 본 5·18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