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공익 내건 잇속 챙기기 엄벌해야 한다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를 주관해 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년간 매주 수요집회에 참석해 일본의 책임 인정과 사죄를 요구해 온 이용수 할머니는, 윤 전 대표의 공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만 했을 뿐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윤 대표와 정대협·정의연이 수요집회를 통해 모금한 돈의 극히 일부만 할머니들에게 썼다는 것이다. 또, 이 할머니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한·일 관계를 가르칠 새로운 방향과 사업이 필요하다면서 정대협과 정의연의 해체를 요구했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정의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단순한 회계 처리 실수에 불과할 뿐 기부금의 유용은 절대 없었다고 항변했다. 여권 인사들은 문제 제기를 친일 보수 세력의 모함으로 치부하면서 친일 프레임으로 윤 당선인과 민주당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적폐를 감추려는 진보 세력의 오만이며 간악한 술수일 뿐이다.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구체적 대응 방안에 관한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영과는 상관없이 사실관계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공익법인의 회계 처리 의혹이나 후원금 유용 문제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는 사안이지, 결코 진영 논리로 보호할 일이 아니다.

정의연 관계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려 일본의 만행과 부도덕함을 고발해 온 공(功)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모금된 기부금이 관련 이슈나 할머니들과 관계없는 곳에 사용됐다면 그것은 도덕성의 문제다. 만일 개인적 유용이나 불법 또는 탈법적으로 사용했다면 그것은 범죄행위일 뿐이다.

위안부 문제가 진보 의제라면 이 할머니의 지적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못할 게 없다는 진보 세력의 도덕 불감증과 취약한 준법의식을 백일하에 드러낸 일대 사건이다. 그들은 할머니들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된 후원금을 진보적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자녀 장학금으로 쓰면서도 무엇이 문제냐고 강변한다.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로 쓰겠다며 시세보다 2배나 비싼 값에 안성에 마련한 집은 운동권 인사들의 단합대회나 펜션으로 쓰이면서 윤 대표의 아버지를 관리인으로 고용해 임금을 지불했다. 그러고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다음날 매입 가격의 절반 값에 급매 처분했다. 정의연은 정대협의 후신이라면서도 정대협은 해체되지 않고 각각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고, 두 단체의 대표는 모두 윤 당선인이었다. 지원받은 보조금 중 상당액은 행방불명이라고 한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었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더 밝혀지겠지만, 부적절하게 사용된 지원금, 진보적 시민단체 활동가의 자녀들에게 지급된 장학금, 사드(THAAD) 반대 단체에 줬던 고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그 밖의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계없는 사업에 지출된 모든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은 전액 환수돼야 한다. 그리고 관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차제에 가치(價値)와 관계없이 국고 지원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공익단체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 및 탈법 행위들을 철저히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겉으로는 공익적 명분을 내세우고 속으로는 제 잇속을 채우던 사람들을 그대로 둔다면 마음에서 우러나 이를 후원했던 사람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일 뿐이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51801073111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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