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숲이 희망이다]4부-61. 녹색운동 희망은 있는가 | |||
---|---|---|---|
[경향신문 2005.09.04 18:35:36] 숲에서 희망을 찾아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이고자 1년 이상 모색해 왔던 긴 여정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니 새삼 놀랍다. ‘숲’이라는 단 한 음절의 단어가 간직하고 있는 의미를 재해석해 내는 깊이와 폭의 다양함이 그렇고, 산림분야는 물론이고, 숲과 인연이 먼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시인, 소설가, 평론가, 화가, 시민운동가 등 참여한 필진의 다양함이 그렇다. 숲에서 찾을 희망의 대미는 녹색운동의 확산과 정착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운동이 생명, 생태, 환경, 평화 등 ‘녹색가치’에 초점을 맞춘 생명운동이라고 하면, 생명, 생태, 환경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숲은 그 고유한 특성 때문에 녹색운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숲에서 녹색운동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밝히는 것으로 긴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무리라 할 수 있다. 첫째, 녹색운동이 희망적인 근거는 무엇보다도 먼저 운동의 기반이 될 하드웨어의 구축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고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풍광 같은 소중한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세월의 압축 고도성장은 엄청난 국토훼손과 환경악화를 불러왔지만 다행스러운 사실은 헐벗은 산들을 이 기간에 푸르게 녹화하여 국부의 원천인 산림을 생명·환경·복지자원으로 확보한 점이다. 토양과 강이 오염되고 호수와 바다가 썩어갈 때 숲은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와 오늘날 ha당 76㎥의 축적으로 변했다. 30여년 전 ha당 11㎥에 비하면 기적에 가까운 성취라 할 수 있다. 국토녹화는 ‘정부 수립 이후 우리가 성취한 20세기의 성공사례’라거나 ‘국내외적으로 국토개발사업의 교과서적 성공사례’라는 외부의 평가처럼 앞선 세대가 쏟은 각고의 노력덕분에 우리들은 녹색운동의 기반이 될 숲을 갖게 되었다. 둘째, 녹색운동의 확산과 정착에 토대가 될 소프트웨어의 구축에서도 그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산림분야에서 축적한 숲 관련 소프트웨어는 자연자원 분야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따라서 오늘날 NGO, 산림관련 기관과 단체가 펼치고 있는 숲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양과 질에 있어서 다양하다. 소프트웨어 구축의 대표적인 사례는 수년 전에 휴양 및 여가 욕구를 숲에서 충족하길 원하는 국민을 위해서 도입된 숲 해설가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숲 해설가를 통하여 우리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는 한편 자연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무와 예의까지 자각하게끔 만들고 있어서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평판을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은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까지도 숲 해설가나 생태해설가의 양성교육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천, 강, 호수, 바다 등 여러 자연자원 중에 특히 산림분야만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구축될 수 있었던 배경은 ‘숲’이라는 하드웨어의 구축과 함께 이 분야 전문가들의 저술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숲 운동도 한몫을 했고, 또 숲이 심화된 환경문제 해결에 없으면 안될 귀중한 자원임을 인식하게 된 시민의식도 한몫을 했다. 셋째, 녹색운동의 희망은 그 확산과 정착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산림청은 국토의 3분의 2에 달하는 산림을 목재생산 기능만을 보유하고 있는 단순 자연자원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건·휴양·복지 등 사회 문화적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복합자원으로 남 먼저 인식하고 그에 따른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그 구체적인 결실이 지난 8월4일 공포된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의 요체는 녹화한 숲을 이용하여 삶의 질 향상을 염원하는 국민의 휴양 및 여가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숲을 통한 건전한 휴양과 여가활동은 좁은 국토면적과 과밀한 인구밀도에서 파생되는 우리사회의 지속불가능성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한편 자연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서 자연계에 자리잡은 인간의 자리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녹색운동의 좋은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숲을 통한 녹색운동의 희망은 ‘건강과 환경’을 추구하는 미래 트렌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의 균형 있는 건강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웰빙은 ‘자연’ ‘명상’ ‘의식주’라는 키워드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들 키워드 중 자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생태계는 숲이며, 명상과 참선의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역시 숲이 울창한 사찰이나 수도원임을 비추어볼 때, 미래 트렌드는 숲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건강한 환경, 사회의 지속적 발전까지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생활패턴’을 원하는 삶이 확산되고 일상화될수록 우리 숲의 기여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녹색운동에 대한 희망의 징조는 ‘희망의 숲’의 기획목적처럼, 재래의 닫힌 시각으로 숲을 한정하기보다는 우리들이 예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에 대하여 열린 시각으로 숲을 접근하려는 자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늘의 잣대로 숲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하기보다는 내일의 세대가 복합자원인 숲의 지속성을 더욱 지혜롭고, 더욱 사려 깊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여는 세태에서도 녹색운동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그 살아 있는 증거가 바로 61회나 이어진 경향신문의 ‘희망의 숲’ 아니겠는가? 〈전영우/국민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교수〉 <시리즈 끝> |
이전글 | [시론]개인정보 어디까지 공익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나? / 안경봉(법학부) 교수 |
---|---|
다음글 |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 (법대 명예교수) 취임1주년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