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DT시론] 블루오션 방법론 / 김현수 BIT전문대학원장


[디지털타임스 2005-09-13 02:51:55]


김 현 수 한국SI학회 회장ㆍ국민대 교수

종업원이 불과 1600여명인 인터넷검색엔진기업 구글의 시가총액이 85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을 보면서 현대 경제가 패러다임 전환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98년 스탠포드 대학의 박사과정에 다니던 단 두사람 Larry Page와 Sergey Brin에 의해 창업된 구글은 2004년 8월 상장시에 이미 30조원의 시가총액으로서 오랜 전통에 빛나는 세계 제조업의 대표기업인 GM과 포드자동차를 앞질러서 화제를 낳았던 기업이다. 32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GM의 시가총액이 20조원에도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구글의 초고속 성장은 놀라운 기록이다.

몇 가지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먼저 시작한 사람이 그만큼 앞서간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70년대 후반에 창업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을 제외하고, 많은 기업들이 80년대 이후에 창업되어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1982년에, 델컴퓨터와 시스코시스템즈는 1984년에 창업되었으나, 오래 전에 창업된 무수한 기업들을 제치고 현재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대표기업들이 되었다. 국내기업 중 엔씨소프트나 SK커뮤니케이션즈도 마찬가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언제 어느 순간에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기존기업들을 놀라게 할지 예측이 어려운 세계가 된 것이다.

또한 정답이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거시경제학 이론대로라면 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늘고 소비도 늘어야 하는데, 우리 경제 실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또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론인데, 미국은 금리가 높았던 클린턴 대통령시절에 경기가 가장 좋았고, 일본은 통화 공급을 늘렸으나 디플레이션을 막지 못하였다. 정부가 부동산값 폭등을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양도소득세도 강화하였는데, 오히려 집값은 더 올라갔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어 대량의 고품질 서비스들을 제공하면 국민과 각 주체들에게 모두 이익이 돌아갈 것 같은데, 실상은 융합추진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세상이 움직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지식과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경우 가치 창출이 어렵다는 말이 된다.

전인미답의 거친 황야에서 교과서 없이 경쟁하는 것이 현대 경제 환경이다. 어느 누구라도, 언제 시작하였더라도 광활한 땅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세상인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일찍 감지하고 1990년대 초반부터 교육프로그램을 혁신하였다. 덴마크에서는 한 반의 25명 전원이 서로 다른 답을 말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에도 기업가 양성코스가 있어, 수업시간에 전원에게 사업계획서를 내게 하고 함께 모의실험을 한다고 한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일부 호전되고 있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으나, 기업가정신의 저하는 뚜렷한 사회현상으로 굳어가고 있다. 거친 황야에서 교과서없는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가정신의 저하는 성장발전에 치명적이다. 우리 교육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일이 시급하다. 과거 이론대로, 과거에 배운대로 하라고 가르치지 말고, 미래를 보고 남과 다른 새로운 길을 가도록 하자. 실패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덜어버릴 수준으로 기업가정신 고양책을 마련하자.

다시는 묻지 말자 /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 저 세월들을 /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 새는 날아가면서 /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 시인의 표현대로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의 가치에 집중하자. 타는 목마름으로 IT서비스(SI) 산업계도 과거를 완전히 탈피하는 새로운 사업방식과 시장구도가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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