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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이른 봄에 왜 나무 심나 / 전영우(산림자원)교수

[동아일보 2005-04-08 00:57]


나무 심는 계절이 돌아왔다. 나무심기는 아직도 쌀쌀한 3월 초에 남부지방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무는 왜 잎이 나고 왕성하게 자랄 때 심지 않고 이처럼 이른 봄에 심는 것일까.

나무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특히 완비된 관개시설 덕분에 가뭄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양묘장의 묘목이 산이나 들판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확보다. 식물은 뿌리가 건강하고 토양 속에 수분이 적당할 때 순조롭게 수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묘목의 뿌리, 특히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실뿌리는 양묘장에서 캐낼 때 많이 상한다. 묘목을 뽑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뿌리의 손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 심은 나무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일은 토양 속에 있는 수분의 양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 여건에서 토양의 수분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봄철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로 건조하고 하늘에서 비가 언제 내릴지도 알 수 없는 형편에, 믿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토양 속의 수분뿐이다.

다행히 2월 하순부터는 겨우내 얼어있던 토양이 녹기 시작하면서 토양 속의 수분양도 늘어난다. 그러나 이것도 안심할 수 없다. 해가 점차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토양 속의 수분도 조만간 증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나무를 심으면 뿌리내리기 과정에 필요한 수분을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다. 또 묘목 역시 잎이 아직 나지 않은 휴면상태이기에 광합성이나 호흡과정에 소비하는 수분의 양이 극히 적다. 손상된 뿌리가 수분을 흡수할 임무가 줄어들기기 때문에 당연히 새 실뿌리를 만들 여력도 생긴다.

결국 이른 봄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뿌리의 수분 흡수 조건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무를 심을 때 낙엽이나 이물질이 섞이지 않게 하면서 흙을 뿌리 사이사이에 촘촘히 넣고 꼭꼭 밟아주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ychun@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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