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복잡한 모빌리티, 허물어지는 경계 / 권용주(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시대가 준비 중이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의 역할과 몫이 전자 및 전기기업으로까지 재편되고 있다. 
이젠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 전쟁이 시작된다.



현대자동차 ‘UAM(Urban Air Mobility)’

흔히 모빌리티를 구분할 때 공간을 기준으로 땅, 하늘, 바다로 나눈다. 각각의 공간에 맞는 대표적인 이동수단이 육상은 자동차, 하늘은 비행기, 바다는 선박이다. 그런데 이제는 공간도 점차 융합되려 한다. 바퀴 달린 배, 날개 달린 자동차, 잠수하는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어떻게든 공간의 장벽을 없애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 회사가 육상을 벗어나 주목한 곳이 하늘이다. 땅과 하늘의 교통은 서로 보완이 가능한 데다 교집합 공간에 강력한 시장 지배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에어 모빌리티(Air Mobility)를 시도한다.

CES 2020에 개인용 항공 이동수단(Personal Air Vehicle) 콘셉트로 소개된 현대차의 ‘S-A1’은 요즘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플라잉카’다. 앞서 벨(Bell), 보잉, 에어버스 등도 비슷한 이동수단 개발 및 이동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강자가 아니다. 이 시장에 현대차와 우버가 손잡고 뛰어들었다. 엄밀히 보면 우버는 교통사업이니 이동수단의 공급자가 필요했고, 현대차는 제조업 기반이어서 이동수단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마치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를 호출할 때 현대차가 택시 사업을 펼치며 호출에 대응하는 것과 같다.

땅에서 하늘로 오르는 이유는 도심의 교통문제 해결이 목적이다.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의 이동 복잡성을 해결하려면 이동수단을 하늘로 올려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물론 ‘하늘’을 주목한 것에 대해 자동차 회사가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상의 복잡성을 해결하면 굳이 하늘로 오를 필요가 없어서다. 결국 하늘로 오른다는 것은 지상이 지금보다 더 복잡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비전 서울 2039’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육상과 항공의 지능형 교통 연결이 만들어 낼 도시의 형태다. 지금과 같은 도시는 스마트 교통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리모델링이 필요하고, 현실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새로운 사업이 가져다줄 수익성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토요타를 제외한 몇몇 자동차 회사들이 에어 모빌리티 제조에 나서지 않는 것도 아직 교통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 하늘에 있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CES에서 AVTR 콘셉트를 내보이며 육상 부문의 자율주행 이동수단의 완성이 가장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고, BMW 또한 현재는 운전자가 사라지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운전자 없는 이동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운전자 없다’는 전제로 그려지는 지금의 수많은 미래 사업은 한순간 꿈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자동차, 좀 더 포괄적으로 언급하면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의 출현이 속속 예고된다. 바로 전자기업들이다. 그간 전자기업의 진입이 어려웠던 내연기관 동력이 전기로 대체되자 기다렸다는 듯 모빌리티 비즈니스에 구애를 보내는 중이다. 심지어 전기를 다루는 능력은 자동차 회사보다 전자기업이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미래에는 세력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소니 ‘비전 S 콘셉트’

실제 전자기업으로 알려진 소니의 배터리 전기차 ‘비전 S 콘셉트’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 역할이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어차피 전자기업의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예정된 미래라면 소니는 눈치를 살피는 것보다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모빌리티 제조 부문의 가능성을 검토한 셈이다.

한국의 LG전자도 시선을 끈다. 자동차 시트 제조로 잘 알려진 에디언트의 모빌리티 차체에 LG전자와 LG화학 등의 주요 기술을 모두 적용해 CES 2020에 등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걸음 속도가 느릴 뿐, 전자기업의 전동 모빌리티 시장 진출은 당연한 수순으로 내다봤다. 동일한 관점에서 삼성전자 또한 모빌리티에서 예외는 아니다. 하만의 인수는 이미 전초전이었으니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기업들의 관심에 앞서 자동차 부품기업도 모빌리티 비즈니스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현대모비스의 ‘엠 비전-S’, 보쉬가 지난해 선보였던 모빌리티 콘셉트 등이 대표적이다. 완성차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협력사지만, 모빌리티 부문은 자동차라는 개념과 다른 의미여서 직접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른바 미래 자동차 권력 지형이 새롭게 재편되는 출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모빌리티에서 전자기업의 욕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부품기업들의 전선도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은 모두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구도만 본다면 미래 모빌리티 경쟁은 완성차 기업이 조금 서둘러 시장을 만드는 사이 전자기업과 부품기업이 어떻게 틈새를 확보하느냐로 모아진다. 이 과정에서 IT 기업들의 권력 지향도 관심이다. 이미 운행되는 모빌리티는 이들 또한 앱이라는 형태로 호출하고 있어서다. 결국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원문보기: https://www.motortrendkorea.com/sub/view.html?no=4524&cate1Name=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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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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