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사풍향계―이종은] 감동을 주는 정치 / 정치외교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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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005-05-29 17:56] 동생,아벨을 죽인 카인은 부모의 품을 떠난 후에 도망자로 방랑을 하다가 인류 최초의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도자가 되어 도시를 만든 것이었다. 동생을 살해한 부도덕한 인간이 지도자가 된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리하여 에덴동산으로부터 소외된 후에 다시 부모로부터도 소외된 카인의 후예들이 모인 사회에서는 범죄자로 들끓게 되어 있었다. 지도자조차 부도덕한 사회에서 올바름과 그름을 가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도덕적이지 못 한 지도자에게 아부함으로써 권력과 영광을 추구하는 무리도 들끓기 마련이다. 인간이 에덴을 떠난 이후에 세상은 원래부터 그렇게 되게끔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윗조차도 바트세바를 탐하여,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전쟁터에 내몰아 죽게 하였다. 부도덕한 사욕을 채우기 위하여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곧은 소리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제, 네이던이 이를 꾸짖었으며, 이에 다윗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였다고 한다. 헤브류 족의 역사에는 정치권력 행사의 부당성을 나무라는 종교의 지도자가 있었다. 원래 정의롭지 못 하게 되어 있는 지상의 도시에서 정의를 확립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정의 없이는 인간 사회가 존속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도시국가가 존속하려면 물질적으로 자급자족하여야 하며, 정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일찍이 갈파하였다. 정의가 행하여지려면, 무엇보다도 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의 행위에서 정의가 나타나야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양에서 해적을 잡아서 문초하였다. 해적 두목이 무슨 권리로 남의 물건을 약탈하는 지를 물었다. 대왕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약탈을 하고 있는데, 단지 차이는 대왕은 거대한 군단으로 약탈하고 있는 것이며, 나는 재수 없게 대왕에게 잡힌 것뿐이라고 두목은 답을 하였다. 그렇다면 해적 두목과 대왕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사기와 폭력에서 정치적인 변동이 일어나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는 경계하였다. 근자에 와서 모 택동은 총구(銃口)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를 존경하는 무리가 이 말을 만고의 진리라고 받들어 모시는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모 택동이 승리한 것은 국민당 정부보다 도덕성이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정치에서 개혁을 시도하려는 자는 개혁이 지향하는 바가 그 자체로서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개혁을 진행시키는 과정 혹은 절차 그리고 의도에서 도덕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개인적으로도 도덕성을 견지하여야 한다. 러시아 유전과 행담도 개발과 관련하여 권력측근자들의 권력을 행사하는 내용과 절차에 대하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서 신이 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개혁을 부르짖는 실체의 본질이 그러하였던가 라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과거 정권의 부도덕성을 탓하고 철저히 조사하기 전에 현재의 것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지도자를 믿으려고 하지 않는 국민에게 억지로 믿게 할 재간은 권력자에게도 없다. 지도자를 믿는 척하게끔 강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공자는 정(政)은 정(正)이라고 하였다. 국민 사이에 편을 가르지 않고, - 카인은 신이나 부모가 아벨을 편애한다고 생각하여 동생을 죽였을는지도 모른다 - 모든 국민을 잘 살도록 진심으로 보살피고, 정의롭게 권력행사를 행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이럴 때 국민은 감동을 받아서 약탈을 하는 해적 두목에게 마지 못 하여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도자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되면, 추진하는 개혁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이처럼 국민 개개인이 감동을 받고 신바람이 나서 개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정치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진실로 소망스런 정치이다.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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