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자 / 남기정(국제학부)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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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08-03 21:04:02] 일본 자민당의 신헌법 제1차 초안이 1일 발표됐다. 드디어 일본에서 헌법 개정이 공식적인 정치 일정에 올려지게 됐다. 올해 창당 50주년을 맞은 자민당은 11월까지 헌법 개정 초안을 최종적으로 완성해 발표할 계획이다. 헌법 개정 논의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는 '전쟁 포기와 군사력 불보유'를 규정한 현행 헌법 9조의 개정 여부다. 자민당의 제1차 초안에선 '군사력 불보유 및 교전권 불인정 조항'을 삭제했다. 또 제2장의 명칭이 '전쟁의 포기'에서 '안전 보장'으로 대체됐다. 대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협조 활동에 일본이'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문장이 새로 삽입됐다. 곧바로 '자위군'에 관한 조항들이 이어진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공식적으로 군대를 보유하게 되고, 일본군의 해외 활동이 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신헌법 초안을 발표한 다음날 2005년도 방위백서를 발표했다. 방위백서에서 일본 방위청은 동북아에서 전개될 중.일 간 패권 경쟁을 상정했다. 그리고 중국의 '군사혁명'(RMA)에 대응할 군사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천명했다. 태평양전쟁 후 일본은 동북아의 국제정치 현실에서 오랫동안 '기지(基地) 국가'로 존재해 왔다. '기지 국가'란 '헌법이 규정한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 대신 동맹국의 핵심적인 안보 기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집단 안보 의무를 이행하고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로 정의할 수 있다. 전후 일본은 전쟁 전의 고도 국방국가가 해체되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 시기에 '기지 국가'로서의 성격을 획득했다. 그 후 부분적인 수정을 거치면서도 '기지 국가'의 근본적인 성격은 바꾸지 않은 채 길고 긴 냉전과 탈냉전의 조정기를 헤쳐왔다. 그 근간이 현행 헌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2003년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함으로써 '기지 국가'로서의 존재 근거에서 결정적으로 이탈했다. 이런 상황에서 탈 기지 국가의 새로운 법적 근거가 신헌법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국가의 성격은 '군사적 보통국가'를 넘어 '전통적 안보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해 말에 발표된 '신방위 계획 대강'이 "자국의 군사력에 의존해 북한과 중국 등 주변 국가로부터 가해지는 일상적인 불안 요인으로부터 일본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는 내용을 밝힌 데서 알 수 있다. 결국 가까운 시기에 한국은 일본이 '전통적 안보국가'로 변신해 있는 새로운 국제정치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단순히 민족주의에 호소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고조되는 한국 또는 한반도의 민족주의를 계기로 일본의 행보가 더욱 거칠어질 수 있다. '전통적 안보국가'로 거듭 태어난 일본이 견제의 시스템 바깥에서 돌발적으로 행동한다면 한국으로서는 가장 불리한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마련된 6자회담은 비단 북한 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앞으로 예상될 일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유용한 다국적 협의의 틀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6자회담에서 너무 북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민당의 신헌법 제1차 초안과 정부의 신 방위백서는 모두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개최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일본이 이웃 국가의 눈치를 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는 듯해 섬뜩하기만 하다. 이런 때 우리는 혐일(嫌日)감정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일본 살펴보기를 게을리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남기정 국민대 교수.국제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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