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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등장 후 덩치 키우기 붐… 현 PGA선수 평균 180㎝·83㎏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골프계도 ‘체형 빅뱅’

과거 골프 스타들 170㎝ 남짓
‘운동선수는 평균 몸 적당’ 인식
1990년대부터 종목별 체형 분화
 투포환·농구선수 더 무겁고 커져
 여자체조는 평균 145㎝로 줄어

81㎏ →109㎏로 살찌운 디섐보
 비거리 1위 오르고 성적도 쑥쑥


 예술이나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이라는 그림을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커다란 원과 사각형 안에 나신의 한 남자가 양팔과 두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다.

인체는 정사각형과 원형 위에 만들어졌다는 로마시대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를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몸에 완벽한 비율과 형태가 있다는 생각은 20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인간의 몸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사람의 체형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이루며 평균값에 해당하는 몸이 가장 완벽하고 균형 잡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체육학계에서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평균적인 신체가 주목받았다. 실제 근대 초기만 하더라도 평균적인 신체는 모든 스포츠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체형이라고 믿었다. 종목에 상관없이 운동선수들의 체형과 몸집은 고만고만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미디어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와 미국프로농구(NBA) 등 인기 프로스포츠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사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거대한 스포츠 시장 출현으로 맨 꼭대기에 있는 소수의 선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승자독식 사회’ 또는 ‘슈퍼스타 경제학’ 시대가 찾아왔다.

‘평균적인 몸 = 완벽한 운동선수의 신체’라는 패러다임은 점차 무너졌다. 마치 먹이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부리가 진화한 갈라파고스제도의 핀치새처럼 종목별로 가장 적합한, 드물고 희귀한 체형으로 각기 분화됐다.

오늘날 투포환 선수는 높이뛰기 선수보다 평균 6.4㎝ 더 크고 95㎏ 더 무겁다. 여자 체조선수들의 키는 지난 30년간 평균 160㎝에서 145㎝로 줄었다. NBA는 훨씬 커졌다. 1946년에만 해도 213㎝가 넘는 선수가 없었으나, 지금은 전체 선수 중 11%가 213㎝ 이상이다.

종목별 체형이 시간에 따라 점차 분화하는 걸 키와 몸무게를 축으로 한 그래프에 표시하면, 마치 빅뱅 이후 서로 멀어져가는 은하와 유사하다. 그래서 ‘체형의 빅뱅’ 현상이라고 부른다.

최근 골프계에서도 체형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 중심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멤버인 미국의 브라이슨 디섐보가 있다. 대학 재학 시절 키 185㎝, 몸무게 81㎏으로 비교적 호리호리했던 디섐보는 프로에 데뷔하면서 91㎏까지 체중이 늘었다.

그런데 디섐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 시즌 투어가 중단됐을 때 식이요법과 강도 높은 중량운동을 병행하며 109㎏까지 늘렸다. 디섐보가 체중을 늘린 이유는 드라이버샷 거리를 늘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결과는 대성공. 스윙 스피드는 장타대회 우승자 수준인 시속 144마일(232㎞)까지 올랐다. 그 덕분에 지난 시즌 302.5야드로 공동 34위에 머물렀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올 시즌 322.1야드로 늘어 전체 1위다.

성적도 이번 US오픈 우승을 포함하면 18개 대회에 출전해 2번의 우승과 함께 10차례나 톱10에 들었다. 디섐보는 지난해 21개 대회 출전에 1차례의 우승을 포함, 5차례 톱10에 진입했다. 디섐보는 올해 출전 대회 수가 줄었는데도 상금 규모를 지난해 319만 달러에서 올 시즌 700만 달러를 넘겼다.

전통적으로 골프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비교해 크지 않았다. 진 사라젠, 보비 존스, 벤 호건(이상 미국)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골퍼들의 키는 170㎝ 남짓이었다. 당대 최고의 장타자로 그나마 거구에 속했던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는 180㎝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등장으로 골퍼들은 더 커지고 더 강해졌다. 우즈의 높은 인기 덕분에 PGA투어 상금 규모가 4∼5배로 커졌고 야구, 농구 등 다른 인기종목으로 갔을 신체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우승 경쟁이 치열해지자 장타를 위한 근력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현재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키는 180㎝, 몸무게는 83㎏까지 늘었다.

키가 크고 팔이 길면 스윙 반경이 넓어져 더 큰 힘을 만들 수 있다. 골프는 휘두르는 골프 클럽보다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지면 반력을 이용해 더 큰 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 장타에 유리하다. 디섐보가 촉발한 ‘체형 빅뱅’이 앞으로 골프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921010317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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