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자작차로 국제경주 참가
지난달 29일 호서대 자동차공학과의 한 강의실에는 방학 중인데도 학생 300여 명이 꽉 들어차 있었다. 강사는 현대자동차 김억조 부사장. 자동차 생산 공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날 특강에서 현대자동차의 발전사에 대해 강의했다. 자동차학과장 김성근 교수는 "완성차 업체 현직 임원의 특강이라 자동차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들이 만사 제쳐놓고 강의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도 학생들의 취업 열망과 기업체의 요구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 위기 속에 찾아 온 기회='자동차공학도는 자동차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에 입사하는 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국민대 자동차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경주용 자동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대학 기계자동차공학부 소속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직접 자동차를 만들고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국민대 제공]


자동차공학과가 자동차 부품 업계에 주목하는 것은 이 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완성차 업계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 차라리 부품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엔지니어들을 길러내자는 것이다. 정부도 지역 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교육을 독려하고 있다.

대구대의 자동차.산업.기계공학부는 금형 분야를 특성화 방향으로 잡았다. 자동차 부품 등을 찍어내는 틀인 금형 분야의 엔지니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구 지역에 금형 산업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정부도 연간 10억원(누리 사업비)을 지원한다. 이 학과가 홍보 포스터 등에 내세운 '꿈틀'은 "금형(틀)으로 꿈을 꾼다"는 의미다.

공주대는 부품 산업의 글로벌 경쟁 체제에 대비해 중국 대학과 교류를 추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세계 굴지의 부품 공장이 몰려드는 중국에서 관리직 엔지니어로 일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경일대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와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누리 사업비로 학생 1인당 월 100만원씩 지원되는 실무 교육 덕분에 이 과정을 거친 졸업생은 100% 취업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인제대는 매년 우수 신입생 20명에게 독일 아헨공대 등 해외 유명 대학과 연구소를 돌아보며 자동차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는 기회를 주고 있다.

◆ 학생 카레이서에서 교수 벤처 신화까지=5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대학생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SAE에는 한국의 5개 대학 학생들이 참가했다. 600㏄급 엔진에 최고 시속 180㎞까지 내는 차를 직접 만들어 평가받는 대회다.

국민대 동아리 KORA의 이상화(24.기계자동차공학부 3년)씨도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씨는 지난 겨울방학 기간에 자동차 설계와 제작에 몰두했고, 5월에 자신이 만든 차를 운전해 150개 팀 중에서 속도 부문에서 입상했다. 그는 "이런 경험이 앞으로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라대는 2002년부터 자동차 특기생 제도를 두고 프로 자동차 레이서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벤처 신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계명대 최경호 교수가 이끄는 벤처기업 ㈜이룸은 디젤 엔진을 LPG 엔진으로 개조하는 저공해 부품을 만들어 지난해 2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매출 목표는 400억원이다. 이 대학 김태권 교수는 기계의 윤활 시스템을 진단하는 솔지㈜라는 기계 컨설팅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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