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경제] 구성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학생

우린 남보다 제법 우월해 보일 목적, 혹은 뒤처지지 않을 목적으로 최대한 멋진 옷을 입고 아름답게 자신의 모습을 꾸민 뒤에 도심으로 나간다. 그렇게 예쁜 모습의 나 자신은 도심 한복판에서 또 다른 예쁜 개인들과 맞물리면서 예쁜 도심공간을 조성하고, 이러한 현상은 크게 도시의 이미지를 디자인한다. 이렇게 디자인된 도시 이미지는 도시경제의 경쟁력이 되어 더 많은 경영주체들을 도시로 모이게끔 만들며 지역 경제 가치를 상승시킨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는 눈길이 절로 갈 만큼 뛰어난 미모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련된 도시처럼, 뛰어난 영상 컨텐츠들이 모인 하나의 도시이다. 마크 랜돌프가 집필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책에는 넷플릭스의 이름이 넷플릭스가 아닌 ‘시네마센터’가 될 뻔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우리에게는 ‘넷플릭스’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나우쇼잉’ ‘씬원’ ‘시네마센터’ 등이 넷플릭스의 네이밍 후보에 있었다고 한다. 그 중 ‘시네마센터’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결국 넷플릭스로 결정하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소개된다.

작은 DVD우편 판매 서비스업체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이름이 만약 시네마센터였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샤피 바칼의 저서인 ‘룬샷’에는 20세기 사진의 혁명을 가져온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946년 즉석카메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낸 에드윈 랜드는 "노벨상을 받아도 충분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기술혁신에만 공을 들이며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한 그는 즉석 인화 영화기기인 ‘폴라비전’등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가격이 비싸고 딱히 쓸모가 없다는 평을 받으며 몰락해갔다.

에드윈 랜드는 자꾸 눈길이 가는 아름다운 폴라로이드들이 모여 있는 아날로그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가꾸어가지 못했다. 아날로그로만 구성된 도시에 억지로 디지털이라는 이방인을 투입시키려 한다거나 도시의 출입비용을 터무니없이 높여 방문객이 아무도 없게 만든다면 도시의 수명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를 그저 넷플릭스로 인식하고 있는 전 세계 수많은 대중들을 향해 넷플릭스를 이제부터 ‘시네마센터’로 변형시키려 한다거나 월 구독료를 터무니없게 높이려 한다면, 넷플릭스라는 도시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여러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게 될 때나 여러 콘텐츠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게 될 때, 그들의 관계를 도시 속 메커니즘으로 연상하고 디자인해보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디지털카메라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폴라로이드를 생산하는 길을 막을 수 있다.

좋은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디자인 발전을 이루어 냈고 도시 속 기업은 디자인씽킹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며 그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나는 어떤 장점과 단점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람인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며 구성된 사람인지 분석하고 파악해보려는 노력이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숲은 보되 나무를 보지 못하면 해답을 얻기 힘들 듯이 나무만 바라보고 있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숲이 어떤 나무들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만 파악한다면 어떤 문제든 해답을 더 쉽게 가져올 수 있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칼럼니스트

 

원문보기: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23036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전글 코로나19, 대한민국은 계속 경험을 쌓는 중... <경험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학생
다음글 [사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