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경제학] 리버스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학생

영국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국의 이미지가 강한 자동차인 재규어는 21세기의 개막과 함께 인도의 타타자동차에 인수되었다. 또한, 인도의 타타그룹은 영국 최대의 철강회사인 코러스사를 인수하며 세계 정상급의 철강회사를 보유하게 되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지배국이었던 영국의 굵직한 기업들을 통치하는 강한 국가로 거듭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구글을 비롯하여 IBM, 펩시콜라 등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인들이 알만한 거대 기업의 CEO 자리는 인도인들이 차지하고 있거나 대부분 거쳐 갔다. 강한 병력과 통치력을 앞세워 지배와 피지배의 국가 관계가 형성되던 20세기까지의 세계전쟁 시대를 지나 총과 칼 대신 두뇌로 승부하는 시대가 개막되자 그전까지 줄곧 지배당하기만 했던 인도가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안전을 최대 가치로 여기며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유럽의 볼보 자동차는 2010년 중국의 지리 그룹에 인수되면서 중국 소유가 됐다. 예전 강대국과 약소국의 오랜 관념을 뒤집지 않으면 올바른 경제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국가 간의 관계와 위상은 성과와 능력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1983년 11월,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가 대한민국의 삼성과 인연을 맺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금과 달리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엔 한없이 부족했던 그 시절 삼성을 만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반도체를 공급해 줄 회사쯤으로 여겼던 삼성이 향후 자신의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 삼성에서 갤럭시S를 출시한 뒤로 삼성과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 관계가 되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인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국가의 통일을 이루게 되었지만, 이전까지는 다양한 언어를 보유하며 다양한 종교를 믿는 다인종 국가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의 힌디어는 수도인 델리를 비롯한 일부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을 뿐, 그 외 지역에는 수십 개의 언어가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지역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사용해야 했는데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의 경험을 합리적으로 수용 · 발전시켜 영어를 국가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배경 속에서 자라온 덕분인지 인도 출신의 기업 경영자들은 갈등에 대한 처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데,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생활환경 속에서 인종과 언어를 초월한 그들만의 사고방식이 다국적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에 충분한 요소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구글의 CEO이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사의 대표가 된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를 비롯해 펩시콜라, IBM, 위워크, 어도비, 마스터카드 등등 세계적으로 굵직한 다국적 기업의 CEO자리는 인도 출신의 경영자들이 줄줄이 꿰차고 있다. 인도가 지리상 동양권에 가깝지만, 서구 사회의 이념인 민주주의에 익숙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도인의 세계화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기 나라를 수십 년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의 기업들을 줄줄이 통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인도. 이것은 리벤지(복수)일까 아니면 리버스(뒤집기)일까? 지배와 피지배의 폐쇄적 관계에만 집착하지 않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줄줄이 꿰차며 우수성을 드러내고 있는 인도인의 모습은 과연 성장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반전으로 봐야 하는 걸까?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만났던 한국의 삼성은 리버스에 성공했다. 리벤지는 지배와 피지배로 양극화되는 20세기적 모습을 좇는 소모적인 발상일 뿐이다.


원문보기: http://news.mj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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