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선거제도 개혁의 나침반 / 김형준(정치대학원)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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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5-10-16 18:18]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현행 선거제도가 국민통합을 이루기보다는 지역주의와 분열을 조장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국가 장래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개혁의 방향으로 “국민의 뜻이 올바르게 정치구조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창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맞춰 열린 열린우리당 정치개혁 특위는 10·26 재선거가 끝나는 대로 선거구제 개편방안을 공식 토론에 부치고, 다음달 중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리당이 검토 중인 선거구제 개편 방안은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하는 도·농 혼합형 선거구제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안과 독일식 정당명부제 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권의 선거제도 개편 추진 배경에는 지역주의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논리는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 지역주의는 독특한 심리적·문화적 현상으로, 타 지역에 대한 거부감, 상호 불신, 분노 등의 배타적 지역감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타적 지역감정이 짙게 깔려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에 강한 정서적 일체감을 느끼면서 ‘묻지마 투표’로 표를 몰아준다. 결과적으로 지역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주자급 당 대표가 지역감정을 이용하면서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선거운동을 펼치면 정책 선거는 사라지고 오로지 지역주의 선거만 판치게 된다. 지역주의는 각 정당들이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의석을 얻게끔 선거구제를 바꿔야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감정과 당 대표 중심 선거운동 방식이 해소될 때 무너진다. 부글부글 끓는 용암의 깊숙한 내부를 놔두고, 아무리 지표면을 시멘트로 포장하더라도 화산은 어느새 틈새를 뚫고 폭발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제도를 바꾸더라도 지역감정에 매몰된 유권자들은 새롭게 바뀐 선거제도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적당한 자극이 주어지면 감정이 폭발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신종 변형 지역주의’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 효과에 대한 정확한 검증 없이 ‘제도 맹신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지역감정은 선거구제 개편으로 치유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선거제도를 바꾼다면 지역감정을 촉발하고 조장하는 정당 선거운동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10월26일에 치러지는 대구동을 재선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과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 출신이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노무현 대 박근혜‘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는 온데간데없고 당 지도부만 부각되는 퇴행적 선거 모습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자신의 텃밭을 지키고 반드시 승리해 추락하는 지지도를 회복하려는 박 대표는 초반 판세에 따라 올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지역주의 확대 재생산’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허황된 ‘노무현 대 박근혜’ 대리전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중앙당의 재선거 개입 포기를 지체 없이 선언해야 한다. 이것만이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가 되는 선거를 막을 수 있다. 10·26 재선거에서는 선거 당사자인 후보자들이 주도하는 차분하고 아름다운 선거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야, 유권자, 언론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번 재선거를 계기로 중앙당이 아닌 후보자가 선거의 중심이 되는 ‘선진 선거운동’이 정착되어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청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준/국민대 교수·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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