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엇갈린 꿈` 좇는 남과 북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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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 관계에서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 거의 매주 한국 측은 북한 측에 이런저런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코로나 지원 제안도, 나무를 같이 심자는 제안도 했고, 5·24 조치 해제 이야기도 했다. 물론 철도 연결, 관광 재개, 식량 지원 등도 반복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 제안들을 받을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며칠 전 김여정 담화는 좋은 사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북한은 기타 국가에서 코로나 지원이나 식량 지원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고 있어서, 북한이 한국의 제안보다 한국 자체를 배제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거부는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북한 지도부만큼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을 잘 이해하고 냉정하게 활동하는 정권을 찾기 어렵다. 이번에도 북한의 부정적인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대북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제안들은 모두 다 은근한 조건이 있다. 한국 측은 미국 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조치만 검토할 의지를 표시했다. 현행 제재의 엄격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한국이 북한에 돈 또는 유의미한 물질적인 지원을 거의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측 제안 대부분은 문화 교류나 소규모 지원, 아니면 상징적인 행사뿐이다. 한국 정부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현 정부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한다면 국내에서 지지율을 높일 수도 있고, 국제 무대에서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열망하기는 하지만, 한국이 안보리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할 경우 대단히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미국 대통령의 성격과 세계관 동맹 관계에 대한 생각을 감안하면 미국의 뜻에 도전하는 것이 초래할 결과를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 때문에 한국 정부는 위험하지 않게 보이는 나무 심기나 개인 관광 제안을 평양으로 보내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제안들을 수락한다면, 현 정부는 이것을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 찬 길로 가는 조짐으로 국내외에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교류의 재개가 남북 간 고위급 공식 접촉이나 정상회담까지 초래할 경우에 특히 그렇다. 그러나 북한은 이와 같은 소규모 또는 상징적인 교류를 절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지원과 원조를 얻어내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북한 측은 원조라면 돈이나 중요한 공업 설비를 받을 수 있는 교류만 생각한다. 제철소나 발전소를 공짜로 받을 꿈을 꾸는 그들에게 나무 심기와 개인 관광은 헛된 활동에 불과하다. 역설적으로 북한 엘리트층 입장에서 문화 교류나 인적 교류는 해악이 많은 활동일 수도 있다. 그들은 국내 안전 유지를 위해 인민들이 외국 생활, 특히 한국 생활을 잘 알 수 없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한국 측이 계속 제안하고 있는 문화 교류는 쇄국정책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집권자들은 코로나 지원이나 식량 지원을 원하지만, 그들에게 이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희망은 개성공단 재개, 원산 관광의 시작, 특히 한국이 지원하는 `무역으로 위장한 원조의 재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모두 다 대북제재 위반이어서 한국 측은 사실상 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중요시하는 것을 한국 측이 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청와대로 선물을 보내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평양이 볼 때 문재인정부는 아직 이러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 만약 한국 측이 정말 북한이 그러한 제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현 단계에서 한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줄 의지가 없고, 북한은 한국이 줄 의지가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6/587576/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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