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대학에도 시장원리 도입돼야 / 김동훈(법)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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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005.10.31 17:29:00] 김 동 훈 < 국민대 교수·법학 > 이웃 일본에서는 현재 사립대의 약 30%가 학생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5년내에 48개 대학이 파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대학간 인수.합병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학생들의 등록금이 주수입원인 대부분의 우리 대학들에도 학생수의 감소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정원을 못채우는 대학들의 등고선이 계속 북상 중이다. 상위권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경이 의미가 없어지는 글로벌 시대에 특목고의 해외진학반 등을 통해 국내 유수대학을 가볍게 여기고 직접 해외 유명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최상위 학생들의숫자가 늘고 있다. 이러다간 가만히 앉아 이류대학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우리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체제 속의 대학시장에서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대학은 시장에서 곧바로 평가받는 상품을 내놓는 곳이 아니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야 한다. 대학은 무엇보다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곳이어야 한다. 기업체의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덕목은 창의성 도전정신 문제해결능력 등이다. 문제는 우리 유수한 대학들이 교육을 통해 빚어내고자 하는 인재상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학의 입학정책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거기에는 점수 높은 학생들의 독식을 통해 대학서열체제에서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권력적 욕망만이 나타날 뿐이다. 교육 위기의 바탕에는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 등의 성적에 대한 물신숭배,논술시험 등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일반지능에 대한 맹신 등이 자리잡고 있다. 대학은 입학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중등교육에 변화의 메시지를 주기는커녕,오히려 이런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교육체제를 조장하고 그에 기생하는 위치에있다. 대학들이 더 이상 정부와 본고사를 치르니 못치르니 하는 저급한 힘겨루기를 할것이 아니라,매우 제한적이고 획일적 지표인 계량화된 성적을 넘어,개인 능력의 다양성과 잠재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교육적 개안이 있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적 환경의 정비도 긴요하다. 그것은 대학사회에 진정한 경쟁체제를 조성하는 것이다. 경쟁력이란 경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흔히 대학에 대한 공적인 간섭과 통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우리 사학의 부실을거론한다. 이와 관련,지금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공익이사제의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학의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권력이나 시민사회의 감시체제가 아니라,대학이 시장에서 평가받고 번영과 퇴출이 결정되는 체제를 확립하는것이다. 사실 이런 시장은 외적인 간섭이 없으면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인데,우리 고등교육은 여전히 관치체제라 시장원리가 작동할 공간이 별로 없는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 무기력과 부패는 필연적인 부산물이다. 공정한 경쟁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무원칙한 국.사립 혼합체제가정비돼 국가와 민간이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국립대의 법인화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당국이 대학사회를 신뢰하고 관료적 간섭을 철폐해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다. 심화되는 구조적 취업난 속에 미사여구로 치장한 대학의 호객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이란 게 직업을 얻는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또 기업에서도 학력 등을 묻지 않는 '열린 채용'이 확산되면서 앞서가는 기업일수록 학교간판을 보고 뽑는 후진적인 행태는 사라지고 있다. 대학정보의 공시도 제도화돼 가는 시점에 교육소비자들의 꼼꼼하고 실리적인 선택은 대학개혁을 가속화할 또 하나의 동력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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