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경제학] 체인지업 경제학〈1073호〉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학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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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타 회사인 펜더(Fender)는 기 타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업의 본질을 넘어섰 다. 기타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판매하 는 회사로 변했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고 급 기타를 생산해 오던 펜더는 2000년대 들어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타격을 입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위기를 기 회로 바꾸려는 펜더의 노력은 2015년 디지털 부서를 창설하면서부터인데, 이때부터 펜더는 기존 비즈니스의 본질인 기타 판매에서 벗어나 기타를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멤버십을 판매하는 구독경제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 나가기 시작했다. 펜더는 기타 판매에만 집중했던 지난 시간 을 분석해본 결과 기타 구매자의 50%를 넘는 비율이 초보자라는 사실과 그들 중 대다수가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기타연주를 포기한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초보자들이 연주에 흥 미를 느끼고 1년 이상 기타를 즐긴다면 평생 기 타를 연주하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을 파악한 펜더는 소비자들이 1년 이상 기타에 흥 미를 느끼고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영전 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펜더는 ‘펜더 플레이’라 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론칭하여 단순히 기 타 구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느끼 며 기타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 작했다. 그렇게 유료 구독자들에 의해 펜더 기 타의 재구매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런 전략이 전체 판매수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하게 되었다. 완성형 컴퓨터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IBM 사의 컴퓨터는 흔히 ‘IBM컴퓨터’라고 불리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보 편적인 컴퓨터의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1990 년대 초반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다. 개 방성이 높은 컴퓨터의 제조방식 때문에 컴팩 (Compaq)과 같은 다른 PC제조사들에게 밀리 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의 PC제조는 CPU는 인 텔사에서,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 급받아 조립만 하면 되는 작업이었으니 IBM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IBM은 1993년, 루이스 거스너가 CEO 에 취임하면서부터 기존의 PC하드웨어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게 되었고, 회사의 비즈니스모 델을 기업 컨설팅, IT솔루션 구축 등 IT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택 덕 분에 IBM은 1998년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한해 에만 2,000개의 특허를 등록받은 최초의 기업 이 되었으며, 2000년대부터는 통합 솔루션 회 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IBM의 전신이었던 PC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Lenovo)사에 매각하 고 캐나다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코그노 스(Cognos)를 인수하는 등 완전히 달라진 비 즈니스 모델에 따른 공격적 경영감각을 과감히 보여주었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는 방식 중 하나 인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며, 타자가 눈으로 보며 계 산한 속도보다 공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지 는 성질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지는 효 과가 있다. 많은 사람이 비즈니스에 있어 업의 본질을 바꾸거나 계열사를 매각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상황으로 인식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증권이 KB에 팔려가 주인이 바뀐 KB증권이 되었고 동양매직은 SK매직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 다. 하지만 기업을 매각하거나 인수하는 모든 경우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의한 것이고 파는 쪽과 사는 쪽이 모두 싱싱하게 살아있음을 의 미한다. 잘나가는 회사를 팔며 잠시 주춤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마치 뒤로 갈수록 느려 지는 체인지업 볼처럼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경영 전략일 수 있다. 그동안 잘해오던 업 태를 갑자기 변화시켜 시장에서는 패배자인 것 처럼 인식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시대의 변화 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하는 길일 수 있다. 이 같 은 결정과 행동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결과로 증명된다. PC제조를 포기한 IBM이 지금 더 나 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듯이 말이다. 펜더와 함께 세계 고급 기타 시장을 함께 이 끌던 깁슨(Gibson)은 특별한 변곡점이 없는 경 영으로 몰락의 길을 걷다가 2018년 파산 직전까 지 몰리게 되었다. 주위 환경의 변화와 압박에 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과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도 변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엄 연히 다르다. 저물어 가는 시대 속에 안락하게 머물러 있을 것인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살 길을 개척할 것인지는 우리 자신이 선택하면 된 다. 선택의 결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드러나 게 된다. 만약 IBM이 아직까지 컴퓨터를 조립 하고 있었다면 IBM의 이미지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mj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237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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