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며] 유니콘은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건 가봐요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지난 주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라는 긴 이름의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이 행사는 벤처캐피털, 정부, 민간재단 등 스타트업들을 육성하는 우리나라 140여개 주요기관의 관계자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려고 참석 인원도 제한했고 합숙도 없이 진행되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가해진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자와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등장하는 기업들의 잠재력이 아주 크다는 점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가장 공이 큰 주체는 정부입니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정책이 스타트업재건에 불을 붙였다면, 이번 정부의 전례 없는 투자와 지원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세계 수준으로 도약 시키고 있습니다. 평소 늘 싸우는 것 같아 보이는 정부 부처들과 정당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습니다.
 
정부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고 싶어합니다. 각종 정책자료에 “유니콘”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그 징후입니다. 아주 빠르고 크게 성장한 기업을 일컫는 이 용어가 정부 문서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최근에는 예비유니콘 심지어 아기유니콘 이라는 말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스타트업을 세계수준의 큰 기업으로 육성하는 데까지 관심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인 셈입니다. 개선된 초기기업 생태계에 비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대한 대답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업들의 창업과 성장에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정부가, 기업의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정책과 법규를 만들고 있다고 염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얼마 안되는 인원을 가진 스타트업 관련단체들이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읍소하고 있는 장면도 최근 자주 됩니다. 국내의 디지털 기업들을 규제하는 법안들이 여기저기서 발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들에 대한 규제움직임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컨대 입에 담기도 싫은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만들어진 관련법안은 해당사건의 도구가 된 텔레그램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국내 기업들에만 큰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개인정보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사업자들의 행위를 규제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관련 법률들은 국내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을 낳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온라인쇼핑몰에도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휴일에 쉬는데 온라인쇼핑은 왜 규제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는 그럴듯하지만, 아마존을 휴일에 쉬게 할 수 없는 이상 역차별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별다른 성과도 없이 디지털 기업들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는 역설은 최근 등장한 기업관련 문제들이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메커니즘에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경제학자들과 법학자들도 아직 충분히 성숙한 이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보다 정교한 데이터와 실증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그저 “좋은 의도”를 강조하는 법안이 쏟아지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작은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막상 사업이 커질 수는 없도록 규제에 가두는 모순도 발생합니다. 기업계에는 이미 유니콘을 열심히 키우는 것은 잡아먹어 버리기 위해서라는 농담마저 떠돌고 있습니다. 영국 오랜 속담 가운데 “지옥은 선의로, 천국은 선한 행동으로 채워져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착한 마음이 아니라 훌륭한 실력이라는, 무섭고도 지혜로운 경고입니다.


원문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06261343000040?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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