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파워엘리트가 된 과학기술자 / 김환석(사회학)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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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월간지의 특집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이공계 출신은 40%로, 전공분야 가운데 최대 비중을 차지하였다. 또 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676개 상장법인의 전체 임원 8482명의 출신 전공은 이공계열이 39.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상경계열 37.7%, 인문계열 12.2%, 법정계열 7%의 순이었다. 특히 대표적인 기업의 올해 신규 임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삼성이 69%, 엘지는 62%, 현대자동차는 63%로 나타나, 대기업들이 치열한 기술경쟁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과학기술자를 경영진의 최상층에 배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 시대 이래 한국 사회에서 과학기술자는 국가의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을 위해 동원되고 이용되는 전문인력이었을 뿐 결코 파워엘리트에는 포함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정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과학기술자는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커졌고, 이에 따라 그들의 요구와 발언권도 점점 커진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그동안 경제성장에 기여해온 몫만큼 그에 상당하는 지위와 권력을 달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이러한 요구는 먼저 경제 부문에서 시작되어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층에 이공계 출신이 진출하는 변화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경제 부문은 물론이고 마침내 정부 및 정치부문에까지 확대되었다. 새 정부가 국가의 비전이자 핵심 국정과제로 내건 슬로건이 바로 ‘과학기술 중심 사회’였으며,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신설, 과학기술자의 공직 진출 확대, 황우석의 국민적 영웅화와 ‘황금박쥐’ 체제의 등장,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 등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조처로 과학기술자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의도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좌우하였던 인물 중에 황우석과 김우식, 진대제, 박기영, 오명, 이희범 등이 포함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과학기술자가 이처럼 경제 부문과 정치 부문에 걸쳐 한국 사회의 파워엘리트로 진출한 것은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객관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선악을 따지거나 우려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그간의 폐쇄적인 국내 파워엘리트 구성과 충원 기제가 어느 정도 개방화되고 다원화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환영해야 할 현상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파워엘리트가 된 과학기술자들이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를 과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구실을 할 것인가, 아니면 출신과 얼굴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파워엘리트가 지녔던 문제점들을 지속하거나 확대재생산하는 구실을 할 것인가에 있다. 이 점에서 ‘황우석 사태’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없이 단지 자신이 지닌 전문적 지식과 인맥 등을 무기로 하여 파워엘리트에 진출하고자 하는 시도가 어떤 불행을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파워엘리트는 아직 부정부패와 권위주의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윤리의식과 민주적 가치관을 갖추지 못한 과학기술자는 그대로 기존의 구조에 영합하는 역할밖에 못 한다. 과학기술계가 이번 사태를 귀감으로 삼아 진지한 자기성찰을 하지 않으면 파워엘리트가 되고자 하는 과학기술자의 열망은 추한 권력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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