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인 정체성은 고려 말~조선 초 성리학이 싹틔웠다 / 김영수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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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의 정치-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 김영수 지음, 이학사 843쪽, 3만원 고려 말 공민왕 대부터 조선의 건국에 이르는 40여?1352~1392) 간 역사를 정치와 사상의 역동적 이중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 김영수 박사(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접근 방법은 복합적이다. 여말선초의 혼란기를 혼란기로만 보지 않는 것은 물론, 정치와 사상, 경제와 문화가 유기적 관련을 맺으며 시대정신을 창조해가는 흐름에 주목했다. 저자는 사상의 역할을 중시했다. 여말선초가 특히 그러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볼 때 오늘날 한국인의 '凰育?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여말선초다. 사상과 정치와 문화의 창조적 융합은 '성리학 운동'으로 출발했다. 조선이 망한 후 성리학은 망국의 원흉이었다. 조선의 멸망을 부채질한 고리타분하고 근본주의적인 철학, 대개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성리학의 일면일 뿐이다. 고려말 안향으로부터 시작해 정몽주.정도전.이색 등이 받아들인 성리학은 고려 사회를 환골탈태할 혁명적 이념이었다. 원나라의 지배를 받으며 창의력을 상실해간 고려의 지배세력, 그리고 불교의 폐단 속에 허우적대던 지식 사회에서 성리학은 '암흑 속의 빛'으로 작용했다. 책은 공민왕이 친원파(親元派) 권문세족을 제거하는 개혁정책을 정력적으로 펼쳐가다 끝내 좌절하는 과정, 이어 요동지역을 둘러싸고 명나라와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국면 속에서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통해 권력을 장악해 가는 과정, 그리고 이성계가 급진적 성리학자들과 연합해 전면적인 개혁 계획을 수립하며 조선 건국에 이르는 과정을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장대하게 펼쳐낸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제국 원나라가 명나라로 교체되고, 대내적으로는 불교가 성리학으로 교체된 이 시기를 저자는 단순히 국호가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문명전환의 시대로 봤다. 그리고 역사와 정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들, 예컨대 투쟁.전쟁.혁명.독재.개혁과 반개혁 등이 압축적으로 분출된 시기로 그려냈다. 배영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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