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미래 겨냥한 청소년정책 세워라 / 배규한 한국청소년 개발원장·본교 사회학과 교수

[중앙일보 2006-03-20 21:22]

[중앙일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기존의 '육성' '복지' 정책이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탈피해 장기적이고 거시적이며 다차원적인 청소년정책의 틀을 새로 마련해 나가는 것 같다. '매체환경팀' '활동문화팀' 등도 새롭지만 '미래전략팀'은 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난 1월 '청소년미래포럼'을 발족시키면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미래사회를 전망하고 토론했다. 이달 10일에는 짐 데이터 세계미래학회 회장을 초청해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청소년은 물론 청소년 관련자들에게 미래지향적 의식을 고취하고 미래전망을 바탕으로 청소년정책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전환기 청소년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새로운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좋은 정책이란 시대적 배경과 대상의 특성, 사회 환경 변화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의 구조는 과거와 질적으로 전혀 다른 모습이므로 그들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도 산업세대와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장환경이 다르기도 하지만, 기성세대가 과거의 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비해 청소년들은 미래의 공기를 호흡하며 미래사회에 적응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유비쿼터스, 글로벌 사회가 될 것임을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사회제도도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21세기는 고령사회이고, 핵가족은 어떤 형태든 다른 모습으로 대체될 것이다. 교육은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탈학교'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대부분 구성원은 일에 매몰되기보다 자아실현을 추구하며,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거주와 일을 바꾸는 현대판 유목민의 특성을 보이게 될 것이다.

청소년정책은 마땅히 미래사회를 전망하고 미래세대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사회가 급격히 변할수록 청소년 정책은 더욱 중요해진다. 눈부시게 발달하는 정보기술을 가장 잘 따라가며, 거미줄같이 얽혀 있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유연하게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층은 성숙한 기성세대가 아니라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부딪치는 가운데 정체성을 유지하며 그들과 상호작용하고 어울리기 쉬운 세대도 청소년이다. 그러므로 미래 고령사회의 활력은 청소년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개념은 '증기기관'과 함께 18세기 중엽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이 산업사회를 이끌어 온 동력이었다면 청소년은 정보사회를 개척해 나갈 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정책은 단순히 청소년 개개인이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누리도록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데 둬야 한다.

미래 청소년 정책은 과거와 같이 청소년들을 기존의 가치관과 제도적 틀 안에 안전하게 보호하거나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육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계발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관심과 취향에 따라 체험을 통해 스스로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또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청소년 인권 보장을 제도화해 글로벌 수준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배규한 한국청소년개발원 원장 국민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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