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사상 첫 성대결이라는 측면과 40대 시장의 탄생을 앞두고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질이나 능력, 선거공약의 진실성 등 합리적 기준에 의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이미지 선거라는 비판도 있다. 지방선거는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유권자는 투표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운영할 선출직 공무원을 선택한다. 당연히 가장 능력이 뛰어나고 도덕성이 높아서 지역사회를 잘 운영할 인재를 선택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지방선거는 다수 주민의 무관심 속에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수의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누군지조차 모른다.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불과 4.8%의 선거인단만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도 정치적 무관심의 심각성을 입증한다. 아무리 국회에서 여야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데 이렇게 관심이 작다면 다른 광역단체나 기초단체의 후보 선출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다 보니 일부 극단적 인사들은 지방자치무용론까지 주장하고 나선다.
이론과는 달리 실제로는 극소수 조직화된 세력에 의해 지방자치가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주민 자치를 버릴 수는 없다. 그보다는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지방자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벗어날 수는 없다. 기초의회 의원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소속 정당 공천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와 같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집권여당의 중간평가로 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지역이나 세대, 이념적 갈등에 의해 지지 정당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고, 그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불합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정당들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탕발림식 달콤한 공약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평소 좋은 정책들을 착실히 수립하고 집행함으로써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대다수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도, 갖가지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도, 그리고 정치인과 정당들의 ‘그들만의 잔치’ 속에서도 지방선거는 다가온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예비후보 제도가 도입되어 선거운동 기간이 배 이상 늘어났고, 정치신입생들에게도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아졌다.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이 스스로 지역 현안에 대한 공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보자들이 지역 실정에 적합한 공약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제시하게 하는 참공약선택(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유권자들은 지역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분석한 결과들을 받아볼 수 있고, 스스로 공약(公約)의 공약(空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투표에는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당선자와 그 소속 정당을 비판만 하는 무책임한 유권자는 더 이상 민주시민의 자격이 없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적극 참여하여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자. 지방자치는 주민 참여 속에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