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아침을 열며]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된 기업들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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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글을 방치한 후 광고주들로부터 보이콧 당한 페이스북. 연합뉴스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이들은 다시 페이스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거대기업들이 특정기업을 상대로 이처럼 집단적인 불매운동을 벌인 사례는 처음이고, 그래서 혹시 기업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계기는 아닌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학계에는 기업들이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 버지니아대의 프리먼 교수는 미국 이민 규제 정책에 저항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대기업들이 자신의 고용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민의 효과를 강조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동참을 제안했고, 올봄 하버드대의 헨더슨 교수는 자유시장 경제의 마지막 보루는 기업이라며 기업들이 개별적인 로비를 중단하고 기업들의 연대조직을 만들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에 저항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패권적 지도자들이 증가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도 크게 늘어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불렸던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은 축소되는 한편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공적토론을 팬덤으로 교체해가고 있다는 걱정도 커집니다. 세계적 네트워크와 데이터, 그리고 혁신역량을 지닌 기업들만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할 현실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발상의 배경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우선 기업이 굳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예컨대 루뱅대학의 페레라스 교수는 기업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하에서만 더 번성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정부와 결탁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할 유인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정경유착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에 기업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군이라고 여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게 된 중요성을 감안할 때, 기업을 정치와 경제시스템에 무관한, 혹은 단지 종속된 존재라고 치부하는 것은 더는 진실이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데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격려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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