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Biz Prism] 언택트 기업연수의 성공법칙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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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대기업 연수원에 다녀왔다. 주중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보통 때 같으면 수강자들로 북적거렸을 텐데, 코로나19로 모든 집합 교육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은 버려진 느낌이었다. 연수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머지않아 유럽의 고성처럼 버려질 시설의 마지막 집사들처럼 보였다. 미국 산업교육잡지 `트레이닝 인더스트리(Training Industry)`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때문에 교육을 취소한 기업은 8%에 불과하고, 교육 투자를 늘린 기업은 61%에 이른다. 온라인 시스템 도입 때문이다.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업체 `유데미(Udemy)`는 수강생이 425%나 늘었다. 한국 기업들도 집합 교육 대신 러닝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거나 외주하는 방법으로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면 연수원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기업들은 이제 오프라인 집합 교육에 대한 매력을 잃었다. 온라인 교육이 주는 편리성·효율성·범용성의 매력이 오프라인 교육의 직접체험 효과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은 언제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는 편리성을 무기로 한다. 인당 교육비 측면에서도 오프라인 교육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또한 수강자 숫자를 제한할 필요 없이 누구나 수강하게 할 수 있는 범용성의 장점도 크다. 무엇보다도 팬데믹을 계기로 기업들이 이미 온라인설비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집합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투자해놓은 것을 버려두고 구성원들을 다시 연수원으로 모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강자들도 온라인 교육에 익숙해졌고 그 장점을 체험하게 됐다. 이것은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은 주중에는 아르바이트 등 자기 일을 하고 주말에 온라인 강좌를 몰아서 듣는 편리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집합 교육의 상징인 연수원은 궁극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이버공간의 `러닝 플랫폼(learning platform)`이 연수원을 대체할 것이다. 그동안 연수원이 수행해온 기능은 대략 직무능력 개발, 가치 및 경영철학 전파, 리더십 개발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좀 더 추상적으로 말하면 머리로 이해하는 지식 교육, 마음에 울림을 주는 공감 교육, 몸으로 체득하는 실행 교육 등을 수행해왔다.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지식 교육이다.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대부분은 사이버상에서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실행 교육은 예컨대 대한항공의 승무원 훈련처럼 교육 시간과 방법이 법으로 규정돼 있는 경우엔 일정한 시설이 갖춰진 연수원을 떠나서 교육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공감 교육이다. 신입사원 교육과 신임 팀장이나 신임 임원 교육 등은 교육 목적에 지식 전달이 일부분 포함되기는 하지만, 회사의 가치나 직책 자의 소임 등 마음의 울림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더 크다. 무엇보다도 연수원에서 상당 기간 함께 자고, 먹고, 교육받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동기의식` 같은 마음의 울림은 사이버교육을 통해서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공감 교육도 사이버 교육 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사이버상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지금의 사이버 교육은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 단계에 불과하다. 강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화면이나 PPT 품질을 높이는 데 치중하는 수준이다.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수강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방법으로 진화하면 사이버상에서의 공감 교육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업 가치나 리더십 교육을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이용해 실시하면 마음의 울림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동기의식`은 버릴 때가 됐다. 그보다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s)의 `길드(guild)`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산수가 수려한 위치에 멋지게 비어 있는 연수원 건물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구성원들의 성찰을 위한 `힐링센터`나, 길드 참여자들이나 경영자들이 전략을 구상하고 작전을 수립하는 `전략 벙커`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백기복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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