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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T형 CEO와 IT적 상상력 / 김현수 (경영) 교수

우리 경제에서 전통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잠재성장률 기여도가 거의 절대적이었는데, 최근에는 노동과 자본의 잠재성장률 기여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71~1980년의 경우 노동과 자본의 잠재성장률 기여도가 78.7%에 달했는데, 2001년~2006년에는 이들의 영향이 54.8%로 줄어들고,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45.2%로 늘어났다. 현재는 노동과 자본의 잠재성장률 기여도가 절반 이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생산성과 혁신에 의한 성장 기여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숫자 증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역량 증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직원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과 수익과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30대 기업의 시가 총액이 5배 늘어 났는데, 직원 1 인당 수익 역시 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개개인의 수익률이 조직 전체의 이익률이 되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들 기업의 경우 직원의 역량이 기업가치를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역량을 가진 직원들이 조직의 생산성과 이익률을 크게 증대시킬수 있을까? 현대기업은 다양한 지식 도메인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T 형 인재의 역할이 커진다고 한다. T형 인재들이 창의적인 지식을 스스로 만들고 서로 교류하면서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부서의 업무와 여러 전공 지식을 알면서 자신의 분야에 정통한 직원들이 근무하는 기업과 자신의 분야만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로만 구성된 기업은 생산성과 창의성의 차이가 클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품질과 속도 차이도 클 것이다. 더구나, 현대 경제에서 부가가치는 단일 능력보다는 종합적 능력과 창의성에서 많이 창출되고 있으므로, 여러 분야를 두루 알고 있으면서 한두 분야에 깊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의 역할이 커진다.

CEO도 마찬가지다. 폭넓은 소양지식과 다양한 측면의 리더십 능력을 가진 CEO가 단일 부문의 리더십이 큰 CEO보다 경영성과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CEO는 스스로도 T형 CEO여야 하지만, 조직도 T형으로 운영해야 한다. T형 인재들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적 조치가 필요하다. 수직적 계층을 수평적 구조로 전환하고, 네트워크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전사적인 협업체제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지원 평가 시스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상시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발현되도록 조직구조와 기업내부 프로세스에 창의성이 체화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CEO들이 독서경영을 강조하고,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나, CIO(Chief Imagination Officer:최고상상력책임자)를 거론하는 이유도 조직내 창의성이 극대화되도록 조직을 혁신하는 방법인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도 이런 조직 혁신 요구의 반영이다. 동태적인 경영 환경에서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중요하고, 다양한 지식을 연관짓는 능력이 중요한데, 인문학이 그 자양분을 가장 많이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자양분도 중요하고 T형 소양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CEO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IT의 잠재력에 대한 상상력이다.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 서비스혁신과 서비스트랜스포메이션이 획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ICT기술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는 획기적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IT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일등기업이 되는 지름길이다. 2등 기업은 일등 기업을 모방하여 성장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일등 기업은 모방할 대상이 없으니, 치열한 자기 혁신 외에는 대안이 없다. IT의 잠재력을 이용하지 않고는 자기혁신을 하기 어렵고, 획기적 혁신모델을 구현하기 어렵다. T형 CEO일수록 인문학적 상상력 이상으로 IT적 상상력이 더욱 필요하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9&aid=0001958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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