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문화마당] 위기에 처한 중견작가들 / 이명옥(회화)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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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계의 가장 큰 변화라면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한때 스타작가로 명성을 얻었던 중견작가들의 개인전마저 화랑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중견작가들의 개인전은 뜸한 반면 젊은 열정과 의욕으로 무장한 신진작가들은 무서운 속도로 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메이저화랑들은 신세대작가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전속작가로 발탁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수집가들은 미래의 피카소가 되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과감하게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한다. 이런 세대 간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이른바 블루칩으로 불리는 극소수의 작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예술에 대한 회의, 경제적 고통 등으로 가슴앓이를 한다.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중견작가의 위기요, 몰락이다.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고 성형수술까지 불사하는 동안(童顔)열풍, 경륜보다 젊음을 숭배하는 사회분위기가 미술계에도 전염된 것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진작가들은 화랑가에서 냉대받던 찬밥신세가 아니었던가. 미술계가 대안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도,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기금을 조성한 것도 젊은작가들의 절박한 처지를 통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술계의 분위기가 180도로 달라졌다. 신세대작가들은 대안공간에서 왕성하게 전시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금의 혜택을 받기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진 반면 중견작가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중견작가들은 왜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까. 그 까닭을 분석해 보자. 첫째,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미술계의 변화에 둔감하다. 과거에는 전시경력만 쌓으면, 저절로 작품 값이 올라가고 중견 혹은 원로작가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나이, 학번, 전시경력으로 예술가의 순번이 매겨지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건만 중견작가들은 미술계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 옛날이여∼를 노래한다. 둘째,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전통에서 자유로운 신세대작가들은 현란한 기법을 구사하고, 최첨단 기술과 접목하고, 신선한 감각으로 포장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반면 중견작가들은 예술가의 정신, 진지함, 작품성에 애착을 갖는다. 셋째, 대다수의 중견작가들은 미술시장이 미술계를 주도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미술품경매회사, 아트펀드, 아트페어 등으로 엄청난 자금이 흘러 들어오고, 미술품으로 대박을 노린 투자가들이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상업공간인 화랑에 전시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대신 미술관이나 비영리 전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려야 하는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중견작가들이 위기에 처한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왜? 중견작가들은 신세대 작가들은 엄두도 못낼 꿈의 무기를 지녔으니, 무기란 바로 내공이다. 흔히 재능, 열정, 야심, 지구력, 이 네 가지를 갖추면 미술사를 빛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중 지구력, 즉 내공은 젊은 작가들의 몫이 아니다. 세월의 가혹한 시련을 견뎌낸 중견, 혹은 원로작가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이 값진 나이테가 그대들의 영혼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데 왜 지레 절망한단 말인가.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81&aid=0001975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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