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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이원덕] 對日외교의 우선순위 / (국제학부) 교수

지난주 아셈(ASEM)회의가 열린 베이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분주하게 정상외교를 펼쳤다. 그 중에서도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30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간 꽉 막혀있던 정상간 대화채널을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확인된 사항은 다음 세 가지이다.

금융위기 대처 共助에 합의

첫째, 양국이 당면한 경제 금융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것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주식시장, 환율 등에서 적색경보가 요란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 협력 필요성은 새삼 말할 나위 없다.

둘째, 표류상태이던 정상 간 셔틀외교를 재가동하고 더 나아가 한·중·일 정상회담도 추진한다는 합의이다. 이로써 교과서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명기를 계기로 꽁꽁 얼어붙어 있던 한·일 관계가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는 뾰족한 해법 도출이 어렵고, 일단 쟁점화되면 한·일 관계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다.

셋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은 6자회담과 한·미·일 공조 틀 속에서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합의이다. 그간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과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일 간에 적지 않은 이견이 노출되어 왔다. 북핵 문제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외줄타기 같은 대북협상을 통해 겨우 핵개발 재개라는 최악 상황은 봉합했지만 그렇다고 문제해결의 전도를 낙관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외교 어젠다는 우리로서는 어느 하나도 경시할 수 없는 치명적인 국익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군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의 금융, 외환위기를 막고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의 금융,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굉음을 내면서 무너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새로운 금융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지역대국인 일본, 중국과 손을 잡고 동아시아 지역차원의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올 12월 후쿠오카에서 개최키로 합의한 한·중·일 정상회담은 그런 의미에서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가능성을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일본 변수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은 주목을 요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미국이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보다는 북한과의 타협을 통한 단계적 해결방식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불신과 이의를 제기해 왔다. 일본은 납치피해자 문제로 말미암아 국내 반북여론에 발이 묶여 당사국들의 유화적인 대북 접근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해 왔다. 최근에는 북·미 핵 검증 합의 및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20만t 상당의 대북한 에너지 지원을 거부할 태세이다. 이렇게 된다면 머지않아 재개될 6자회담에서 북한은 2단계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일본의 참가자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어 북핵 문제의 순항을 낙관하기 어렵다.

독도·과거사·북핵 3종 세트

독도와 과거사 또한 민족사의 존엄과 영토보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우리로서는 안이하게 대처할 수 없다. 이 문제야말로 일본의 정치사회적 지형을 고려할 때 언제 불거져 나올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이다. 이렇게 보면 한·일 간에는 난제가 첩첩산중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당면한 이슈 간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대일외교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5&aid=0000335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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