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지방행정체제 개편’ 주민입장에서 보라 / 목진휴 (행정) 교수

그동안 정치권 및 학계에서 논의 수준에 그쳐왔던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나름대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되고 있고, 국회는 특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시도-시군구의 자치계층 수를 줄이고 230여개 시·군·구를 통합하여 수를 줄이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의 사회철학자인 존 롤스(John Rawls)에 따르면, 정의로운 사회는 자유와 평등이 전제되는 가운데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는 정당한 차별을 담보로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행정체제는 이와 정반대이다.

현행 지방행정체제에서는 인구 2만 명 미만의 군과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함께 갖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현실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라는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서나 교육청과 같은 행정관청이 자치단체별로 각각 설치되어 낭비와 불합리를 만들었다. 인구 42만 명인 의정부시와 인구 2만7000명인 전북 장수군의 경찰서장이 모두 총경이다.

문화회관이나 공설운동장도 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둘러보면, 주말에도 비어있는 문화회관과 공설운동장이 많다. 단체장 입장에서는 다음 선거를 위한 전략의 하나로 이런 시설을 지어 주민의 환심을 사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행정수요와 책임 측면에서 같지 않은 것을 동일한 기초자치단체라는 형식적, 무조건적 평등논리에 갇혀 같게 취급함으로써 발생하는 일이다.

무조건적인 평등주의는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의 온상이 된다. 화장장이나 소각장과 같은 시설은 단체장이 임기 중 설치하기를 기피한다. 그 결과 시설이 부족하고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 점차 증폭된다. 이런 형식주의는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발전에 한계로 작용한다. 결국 국가경쟁력이 낮아지는 원인이 된다.

형식적 평등주의에 갇혀 낭비와 지역이기주의의 온상이 된 지방행정체제를 시대의 요구와 정신에 맞도록 보완하고 개편해야 한다. 최소한 다음과 같은 2가지 기본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먼저, 주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많은 주민이 시군구, 또는 시도의 경계를 넘어 직장과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주민의 생활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때문에 많은 주민은 늦은 밤 집에 와서 잠을 자는 동안에야 비로소 자신이 속한 자치단체의 주민이 된다. 주민의 귀한 세금이 낭비되는 불합리한 구조, 주민의 확대된 생활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성, 자치의 주체가 주민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원리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현재의 지방행정체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국가의 100년 대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개편의 필요성과 당위성, 즉 총론에 대하여는 중앙과 지방의 정치인, 학자 모두 인정한다. 구체적인 개편방안을 모색하는 각론으로 들어갈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자신과 지역의 이해관계, 정치적인 득(得)과 실(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개편방안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한다.

개편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사익(私益)을 넘어 주민을 위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영희 아빠, 옆집 아줌마, 생선가게 총각과 같은 평범한 주민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쉽게 방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우리 사회의 주인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0&aid=0002003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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