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독자 칼럼]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 이일환 (영어영문) 교수

이번에 미국 버지니아 테크 대학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을 보며 미국인과 한국인의 사고방식의 기본적인 차이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서양의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사상의 영향을 입지 않고도 소위 좌파적인 심성이 자생적으로 국민성에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다. ‘너만 잘 사냐 다 같이 잘 살자’ 의식이 있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공동체적 집단주의적 성격이다. 남과 같이 하지 않으면 소외당하기 십상이고(편가르기), 유행이나 어떤 바람이 강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우리에게는 좋은 의미의 민족주의도 있지만, 우물 안 개구리식 천박한 민족주의가 판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우리네 성정을 등에 업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런 측면이 드러났다. 실제로 이 사건이 일어난 미국에서는 이 사건을 굳이 한국인의 소행이라는 것과 결부시키려 하지 않는 반면, 우리는 우리가 먼저 나서서 이번 사건이 한국인의 소행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사과 성명을 부랴부랴 발표하고 미국 내에 있는 한국인들이 증오 범죄의 목표가 될까 우려하기도 하였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차이, 개인주의 미국과 집단주의 한국의 차이에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모든 일에 있어 일이 잘 되면 개인의 능력으로 인정하고, 일이 잘 못 되면 개인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다. 개인주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선 일이 잘 되면 개인의 능력을 인정하기보다는 그 개인을 둘러싼 어떤 집단주의적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일이 잘 못 돼도 그 개인을 집단에서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이런 우리의 집단주의적 성향은 우리 민족만이 가지는 어떤 특별한 ‘정’으로 나타난다.

이번 사건을 미국이 그 개인의 문제로 보는 데에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같은 분야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라는 것도 작용한다.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다. 즉 일개인의 정신 상태, 심리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 학문이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국민의 일상적인 삶에 늘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우리는 그것을 미국인이라는 집단과 연결시켜 보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개인의 문제이지 미국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번 조승희 사건도 개인의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종 간 갈등,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사회가 주는 불협화음이 깔려 있는 것은 사실이고, 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데는 그 미국인이 우리나라 사회를 보는 시각에 들어가 있는 사회적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보다 개인주의적 태도를 의식적으로라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처 : 조선닷컴 2007.04.26 22:34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4/26/2007042601104.html

이전글 “동아시아 속 일본 바로알자” 한상일 교수 / (정치외교)
다음글 파업고리 끊어야 ‘초일류’ 된다 / 유지수(경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