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솔바람]“소나무는 후손이 문화재 살릴 자산”/ 회장 전영우(산림자원학과 교수)

“불타버린 숭례문을 복원할 소나무는 어디 있을까요? 무너진 궁궐을 다시 지을 소나무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촉촉히 내리는 23일 오전, 색색 비옷을 입은 120여명의 일행들이 강원도 홍천 상오안리 샛말의 한 야산에 소나무를 심기 위해 모였다. 2004년 소나무를 사랑하는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솔바람 모임(회장 전영우) 회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식목 행사였다. 경복궁 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목수 50여명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도편수 신응수(67·사진·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대목장이 목수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숭례문 화재로 필요성 깨닫고 경복궁 복원 목수 등 120명과 홍천 야산에 4천그루 심어

“숭례문 복원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쓸 만한 재목은 드물고 값도 엄청 비쌉니다. 오늘 우리가 심는 금강소나무 한그루 한그루는 3대에 걸쳐 물려줄 자산이자 선물이 될 것입니다.”

무자년 첫 새벽 화마에 휩싸여 쓰러져 내리는 국보 1호 숭례문의 참화를 속수무책 바라보면서 누구보다 애통한 눈물을 흘렸던 그였다. 지난 1961~63년 이뤄진 숭례문 중수공사 때 도편수였던 고 조원재씨와 직계 스승인 대목장 이광규씨 아래서 막 목수 일을 배우고 있던 그는 직접 서까래를 뜯고 기와를 올릴 적심목을 깔았다. 그런 까닭에 누구보다 숭례문 구조를 꿰뚫고 있는 그는 지난 2월10일 밤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에 달려가, 기와와 천장을 뜯어내고 숨어 있는 불길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묵살되었고, 600년 명맥을 이어온 숭례문은 어처구니없는 방화와 허술한 소방관리 시스템 속에서 5시간 만에 무너져 내렸다.

“억장이 무너진 듯해 잠을 제대로 못 이루면서 그제서야 나 자신 한평생 궁궐을 고치고 한옥을 지으며 나무를 베어내 쓰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숭례문을 다시 지어야 하듯 미래 후손들이 문화재를 복원할 수 있도록 지금 나부터라도 소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8년째 경복궁 복원공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그와 ‘소나무’를 고리 삼아 오랜 교분을 나눠온 전영우 회장(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은 “신 도편수께서 ‘참회의 마음으로 소나무를 심고 싶다‘며 행사 경비도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해주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2005년에도 자신의 삶을 담은 책 <목수>(열림원)의 인세 등 3천만원을 솔바람 모임에 희사했다.

“좋은 나무를 찾아 우리 땅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지만 대부분 60년대 이후 자라거나 심은 40~50년생이어서 궁궐 기둥감으로 쓸 만한 300~400년생 소나무는 많지가 않다”는 신 대목장은 “그나마 함부로 벌목하지 말고 남겨 잘 키웠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궂은 날씨가 소나무 심기에는 제격이라고 반긴 일행들은 북부지방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안내로 비탈진 산자락에 3년생 금강소나무 4천 그루를 심은 뒤 간소한 도시락과 막걸리로 ‘우중 오찬’을 나누며 건강한 생장을 기원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8&aid=000194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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