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마음 속 '전신주'부터 뽑아라 / 유지수 (경영) 교수

내달 말부터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다.

독주를 막으려는 국민의 마음이 이번 선거에 나타났다고 하나,국민 모두가 국회의원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한결같을 것이다.

결국 경제다.

인도,중국,베트남,동유럽과 같이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는 국가의 공통점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유치는 비단 신흥경제국가의 과제만이 아니고 미국과 같은 경제선진국에서도 국가적 전략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건설 중인 기아차 공장을 지난달 방문했을 때 과연 우리나라의 국회,정부,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항상 규제가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조지아주 의회와 주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이미 폐지했고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투자유치를 위한 서비스 마인드가 확고한 것이다.

수년 전 경기도지사가 공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허가하는 데 자신이 노력해 시간을 단축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조지아주가 하는 것을 보면 도로허가 기간 단축은 자랑에 끼지도 못한다.

조지아주는 기아차 공장으로 진입하는 도로의 건설비용도 부담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도로건설 비용은 조지아주가 내면서도 건설업체 선정권은 기아차에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내고 건설업체는 해당 기업이 선정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 공장을 지을 때 전기,공업용수,도로에 대해 해당기업이 허가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조지아에서는 전기회사가 전기시설에 관한 허가를 받는 것은 물론,자비로 건설까지 하고 있다.

기아차라는 고객이 전기를 쓰면 전기회사가 돈을 버니까 전기시설은 자기네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한국전력공사가 기업을 위해 전기시설 관련 허가를 받아 내주고 비용을 들여 공장 내 전기시설을 한다는 것은 한국에서 꿈도 꿀 수 없다.

아직도 우리는 자본주의의 '마음가짐'이 없다.

규제 한두 개 없애고 전신주 몇 개 없앤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의회,정부,지자체,공사(公社) 모두가 '서비스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질 것이 뻔하다.

조지아주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계와도 실질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

904명을 교육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2000만달러를 들여 건설하고 기아차와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기업이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향후 3년간은 조지아주가 500만달러의 센터 운영비와 1600만달러의 교육비를 부담한다고 한다.

조지아주에 있는 전문대학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교육기재 구입,교육 교과목 개발,강사 제공 등 통합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기아차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것은 물론이다.

한국의 지자체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경쟁적으로 시청,주민회관,극장,국제회의센터,레저시설을 짓고 있다.

유권자의 인기를 끄는 데 과시행정,엔터테인먼트와 레저시설 이상의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궁극적으로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국회의원,단체장,그리고 정부관리가 국가를 움직일 때 국가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다.

최근 몇몇 지자체가 행정서비스에 많은 개선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대통령과 몇몇의 지자체 단체장이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좀 더 거국적인 차원에서 모든 행정기관,입법기구,공공기업체의 마인드 세트가 변해야 할 시기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전신주를 뽑아야 경제의 길이 열린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15&aid=000195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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