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週 4시간 일하기 / 남유선 (법) 교수

주말이면 시내 대형 서점을 찾아가 각종 서가를 둘러보는 게 주요 일과다. 신간 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즐겁다. 2주 전엔 'The 4-Hour Workweek'란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와 바로 구입했다.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할 수 있다니,정말 유혹적이지 않은가.

30대의 필자는 경제학 원리에 입각,조직과 노동의 효율성 및 자산 운용의 방법을 다각도로 분석.접근하고 있다. 그의 요지는 '최고의사결정자는 일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충분한(?) 시간 확보를 통해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기업금융 및 자산 운용 관련 종사자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다.

책을 읽다 보니 만날 때마다 금융업에 뼈를 묻을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는 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임원이 생각났다. 그는 많은 일을 훌륭히 해내면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를 즐겨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그는 자신의 전임지인 홍콩과 한국의 금융규제당국 간에는 자신들의 업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역설하곤 한다. 홍콩 규제당국이 자신의 업무를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가두리 양식업자처럼 행여 물고기가 밖으로 나갈까 가둬놓기 바쁘다는 것이다.

나도 금융규제법 강의 중 '규제'의 의미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사전규제(Regulation)와 사후감독(Supervision)은 구별돼야 하며,사전규제에 치중하다가 정작 사후엔 감독할 사항마저 없어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지적하곤 한다. 더욱이 선진 금융강국의 핵심 경쟁력은 실무자들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사고의 여유로움' 확보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와 나의 공통된 결론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 정부가 적극적 규제 완화정책을 펴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규제 완화'와 '효율성 제고'는 분리돼서는 안 될 과제다.며칠 전 모 일간지에서 신정부 출범 직후 일었던 공무원들의 얼리버드 열풍이 퇴색되지 않았느냐는 식의 기사를 읽었다. 그러나 구성원 전원의 '새벽 출근,보고 준비,업무회의,자정 퇴근'이란 숨막히는 일정이 최선책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시간죽이기식의 회의만 거듭하는 비효율적인 조직은 없는지,시간에 쫓기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큰 흐름을 간과한 그릇된 결정은 안 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주 4시간 일하기'는 아니더라도 'Nine To Five'의 경직된 원칙에 유연성을 제공할 효율적 인력 관리와 근로제도의 정착이 필요한 때다.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70943711&in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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