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프로와 아마추어 / 남유선 (법) 교수

골퍼라면 누구나 나름의 철학과 얘깃거리가 있듯이 내게도 여러 사연이 있다. 우선 미국 유학시절 좋은 골프코스들을 눈앞에 두고도 빠듯한 학업일정 때문에 구경만 해야 했던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다. 또 필드에서는 노력 대비 빈약한 성취도에 번번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골프야말로 인생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몇 가지 중 하나"란 모 그룹 창업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골프는 성취감이 남다른 만큼 한순간의 행복감을 위해 끊임없는 좌절을 맛봐야 하는 골곡 많은 운동이다.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자사가 주최하는 프로암(Pro-Am)대회에 참가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고민 끝에 시간을 쪼개 대회에 나갔다. 프로 1인과 아마추어 3인이 한 조가 돼 진행하는 프로암 대회는 특별한 묘미가 있다. 프로는 동반 아마추어들에게 프로의 샷과 정신,매너를 보여줘야 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별 부담이 없다. 아마추어는 온갖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된다. 특히 프로암 대회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이다.

첫째,프로에게 골프는 생계를 책임지는 직업이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는 생계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항상 완성된 모습으로 초연해야 한다. 둘째,프로와 아마추어는 티박스에 서는 순간부터 차이가 난다. 프로들은 방향,거리,바람 등 다양한 요인을 분석한 후 티박스에 서서 언제 샷을 했는가 싶게 민첩하게 샷을 끝내고 결과를 의연하게 지켜본다. 아마추어가 티박스 위에서 수많은 전략을 세우면서도 자신의 샷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하다 스윙을 해버리는 것과 대조된다. 마지막으로 프로는 자기 샷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다. 미스샷이 생겨도 게임 중 후회와 집착으로 다음 샷을 망치지 않는다.

가끔 주변에 프로임을 자처하는 이들을 본다. 하지만 프로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매력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동경하는 프로는 아마추어의 격려와 찬사가 있기에 더 빛날 수 있으리라.지난주 정부가 환율 방어를 이유로 25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50억달러를 몇 시간 만에 방출한 사건이 있었다. 순식간에 5%라는 사상 최대 환율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정책은 순발력과 장기 대응 능력을 겸비한 프로들의 영역이다. 아마추어들이 프로인 양 훈수 두기에 나서지 않았다면 정책당국이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싶다.

프로가 프로답고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다울 때 이 사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동시에 아마추어는 프로에 대한 신뢰감과 인내심,프로는 아마추어들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을 결단력과 신념이란 덕목을 잊지 않아야 한다.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70943711&in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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