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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금강송? 육송? 논쟁 좋아하는 세태/전영우(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광화문 현판에 생긴 균열로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당겨진 광화문 준공식의 일정에 맞추다보니 덜 말린 목재를 사용하여 균열이 생긴 것이라는 측과 목재 고유의 성질상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 오고 간 것이 첫 논쟁이었다.

이번에는 현판에 사용된 목재의 종류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광화문 현판을 만든 소나무의 재질이 금강송이 아니라 육송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광화문 복원 도편수는 나무의 속성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면서 직접 현판을 뜯어서 확인하자고 반박했다.

금강송이나 육송이나 모두 소나무를 일컫는 별칭들이다. 바닷가보다는 내륙지방에 주로 자란다고 해서 육송(陸松)이다. 소나무 별칭은 이외에도 많다. 껍질이 붉고 가지 끝에 붙은 눈도 붉다 하여 적송(赤松), 해안이나 도서지방에 자라는 곰솔의 잎보다 부드러워서 여송(女松)….

금강송이란 별칭은 20년에 걸쳐 진행된 경복궁 복원사업과 불탄 숭례문의 복원에 필요한 소나무 확보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진 이름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금강송이란 명칭이 없었다. 1928년 일본인 산림학자 우에기 호미키(植木秀幹) 교수가 강원도 산악지형과 동해안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금강형'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으뜸 소나무 이름으로 금강송보다는 춘양목이 유명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전후 복구기간에 사용된 목재들 중 단연 질 좋은 소나무는 춘양목이었다. 1955년에 개통된 영암선의 한 역(驛) 이름이 춘양이었다.

그렇다면 금강송이나 춘양목 그리고 육송이라 부르는 다른 지방의 소나무는 혈통이 다른 품종일까? 고려대 김진수 교수 등이 동위효소를 이용하여 금강송을 다른 소나무와 비교 분석해 서로 다른 품종으로 인정할 만한 유전적 차이가 없음을 밝혔다.

재질이 좋은 나무란 별칭이 무엇이든 천천히 자라서 나이테가 치밀하고, 몸통 속 부분(심재)이 변재보다 더 많으며, 그래서 압축 강도나 휨 강도가 더 강한 재질 특성을 가진 나무다. 결국 금강송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사람들이 만든 허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광화문 현판에 대한 논쟁 역시 소나무 탓이라기보다는 논쟁을 즐기는 세태가 빚은 촌극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17/20101117019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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