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매경춘추] `공정사회` 의 비애/남유선(사법학전공)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 필자가 법과대학에 입학한 첫 학기 법학개론 시험문제였다. 정당성과 관련된 `공정성(fairness)`을 기초로 존 롤스의 관점을 열심히 기술했던 기억이 난다. 획일적 평등과 평균적 정의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기회의 균등과 배분적 정의를 설명했을 것이다.

최근 장기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제목도 `정의란 무엇인가?`다. 먹고살기 급급한 현대사회에서 지적 사치라고 여길 수 있는 인문학 서적이 대중의 선풍적 인기를 끌다니 우리의 의식 수준 자체가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 흐뭇하다. 대통령과 정부도 `공정한 사회`를 선창했고, 이 역시 고무적인 일이며 `공정사회`는 유행어다. 그러나 이렇게 친숙해진 `공정사회`가 주변을 돌아볼수록 곡해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과잉복지와 재원조달의 문제가 있음에도 초ㆍ중ㆍ고교의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 개인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교육시스템이 그러하다. 또한 우리 기업들의 인재 양성과정도 창의성이 결여된 풀빵 제조기라는 평가를 하니 이 모두 다양성을 무시하고 공정성을 극단적인 결과의 평등으로 이해한 결과다.

필자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을 즐겨 쓴다. 일반화의 함정에서 벗어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하는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정서도 공정사회의 장애물이다. 물론 사회의 공정성 여부는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 즉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명예를 어떻게 분배하는가에 좌우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마이클 샌델 교수도 지적했듯이 행복ㆍ자유ㆍ미덕이란 덕목들이 요구되는 포용적 절차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공정사회`를 `공무원이 정하는 사회`라고 푼다. 결국 공정사회는 법과 제도의 정립을 통해 국가가 1차적 책임을 져야 하니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소신 있는 국가의 몫이다.

국민은 정책 입안자들이 표를 의식해 대중에 부화뇌동하여 역차별이 횡행하는 `왜곡된 공정사회`를 창출하지 못하도록 신뢰를 가지고 참을성 있게 지켜보는 의연한 모습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원문보기 : http://news.mk.co.kr/news_forward.php?no=673744&year=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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