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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이기고도 진다?…M&A `승자의 저주`/윤정선(경영학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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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건설을 둘러싼 인수전이 경쟁사 간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가격보다 높은 입찰가격을 써넣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물론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현대건설이 누구의 품으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예상가보다 높은 인수가격으로 인한 피해가 인수기업 주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인수ㆍ합병(M&A)전에서는 승리했지만 인수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 기업 M&A와 시너지 기업 M&A란 한 기업의 경영진이 기존의 주주들과는 다른 주주들을 대리하는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되는 과정이다. 합병(Merger)은 독립적인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기업이 완전히 하나의 기업으로 합해지는 것을 말한다. 합병 이후에 대상기업(Target company)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반면 인수(Acquisition)란 인수기업(Acquiring company)이 대상기업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인수된 기업은 인수기업의 자회사로 존재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는 M&A 이후 기업가치가 이전의 독립적인 두 기업의 가치의 합보다 더 큰가 하는 것이다. 만약 M&A 후의 가치가 더 크다면 시너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 그러나 M&A 이전에 발표되거나 알려진 시너지란 예측된 값에 불과하다. 특히 인수기업의 경영진이 예측한 시너지는 경영진의 사적 정보(Private information)에 크게 의존하며 과대평가되거나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M&A로 인한 주주의 득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M&A 발표 이후의 단기 혹은 장기 주가반응(Market reaction)을 분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주가반응 분석의 결과를 보면 대상기업의 주가는 통상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수기업의 주가는 M&A 발표 이후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흔히 발견되는데 인수기업이 인수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는 의미에서 `승자의 저주`라고 한다. 경매론에서 승자의 저주와 관련된 분석은 입찰자들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매에서 어떤 물건을 낙찰받은 사람은 가장 높은 가격에 입찰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물건의 가치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견해나 정보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낙찰된 물건의 가치는 낙찰자의 정보뿐만 아니라 낙찰을 받지 못한 경쟁 입찰자들의 정보도 고려해야 더 정확하게 평가된다. 따라서 만약에 입찰자가 자신의 정보에만 의지해 입찰 가격을 결정했다가 낙찰을 받게 된다면 과도한 가격을 지불함으로써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승자의 저주이다. 따라서 경매론에서는 입찰자들이 자신의 평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입찰하는 보수적 전략을 선택해야 승자의 저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경영권 시장에서의 승자의 저주와 주주가치 M&A 이론에서는 인수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첫째, 인수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반드시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인수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항상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만약 인수기업의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고 경영진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인수기업은 인수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주식을 발행해 지불함으로써 대상기업을 싼값에 인수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주식을 통한 기업 인수는 시장에 인수기업이 과대평가되었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게 되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주가 하락이 신호 효과에 의한 것이라면 과대평가된 기업이 대상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려는 것이므로 주주가치 극대화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질문은 실제로 과도한 가격이 지불되는 사례가 있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즉 M&A로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가 과도한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이라면 인수기업의 경영진은 왜 경매론에서 제시되는 것처럼 보수적 전략을 택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M&A 이론에서는 그 첫 번째 이유로 경영진이 M&A를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대리인 문제를 지적한다. 즉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한 설사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M&A 경쟁에서 이기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진이 자신의 능력이나 M&A의 시너지를 과대평가함으로써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시너지를 과대평가하게 된다면 M&A를 위하여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이때의 주가 하락은 인수기업 주주의 손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M&A에서 말하는 승자의 저주는 두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또 그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인수기업 주주의 부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경영권 시장에서 인수기업의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승자의 저주의 희생자는 인수기업의 주주들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승자의 저주와 관련된 논쟁에서는 과도한 인수경쟁이 주주의 부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관한 논의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알맹이가 빠진 논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원문보기 :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668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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