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고 먹고 쉬는 일터의 새바람 아이디어 나누는 열정의 場으로
픽사의 창립자 존 래세터가 1998년 픽사의 사옥을 샌프란시스코 남쪽 에머빌에 새로 장만할 때 가장 신경을 썼던 점은 '사람들이 오며 가며 마주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예술적 감성의 '스토리작가'와 정교한 컴퓨터 작업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자'들의 협력 없이는 픽사가 존재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래세터는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고 믿었고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위해 사옥의 공간 디자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치 공장을 연상케 하는 픽사 스튜디오는 2층짜리 나지막한 건물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가운데 커다란 공간이 있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휴게실, 맛있는 요리가 제공되는 식당,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사지세러피실, 운동기구가 완벽하게 구비된 피트니스센터에서 잘 가꾸어진 잔디밭, 농구장, 축구장 등에 이르기까지 건물 안팎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가득하다. 근무시간 중 언제라도 운동, 게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7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식당, 화장실, 휴게실 등을 오가면서 얼굴을 마주치고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이다. 픽사는 '공간이 직원들의 창의성,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존 래세터의 믿음을 입증하는 듯 토이스토리 1ㆍ2ㆍ3, 니모를 찾아서, 벅스라이프, 카 등 내놓는 작품마다 빅히트를 기록했다. 픽사뿐만 아니다. 창의산업, 즉 직원의 창의성이 부가가치 창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화, 공연, 디자인 등의 산업에서는 '창의성을 북돋우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과 자원을 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 공간이 얼마나 기발하고 재미있으며 쾌적한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열정적으로 협력하는 공간을 많이 확보할수록 기업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에도 '공간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반갑다. 금융계의 '잇가이'라 불리는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은 '디자인경영'을 실행하면서 공간을 파격적으로 디자인했다. 1층에는 탁구대, 게이트볼장이 있고 지하에는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세탁소 등이 있다. 회의장은 원탁으로 돼 있어 지위에 상관없이 수평적으로 앉을 수 있도록 했다. 특급 호텔 출신 요리사가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도 명물로 손꼽힌다. 현대카드의 뛰어난 실적과 지속적인 혁신이 이러한 '창의적 공간'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사옥을 새로 지은 네이버도 '창의적 공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공간 하나 하나 새롭고 다른 콘셉트를 도입했다고 한다. 칼로리를 적어 놓은 운동용 계단, 2만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실, 피트니스센터, 맛있는 커피를 1000원에 파는 그린카페 등이 화제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양치질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쾌적하고 아늑한 양치공간을 만들었다. 물론 공간은 문화의 산물이다. 창의성을 독려하는 공간만으로 직원들의 창의성이 높아지고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아 주는 최고경영자(CEO), 서로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기업문화가 있을 때 '창의적 공간'이 기업의 실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창의적 문화와 창의적 공간, 점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고독한 천재'보다 '열정적 협력자'가 더욱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121410414617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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