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 라디오가 한반도 평화 통일 이끌 것/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작년 크리스마스에 점등한 김포 애기봉 트리는 대북 심리전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불빛을 볼 수 있는 북한 주민이 전체의 몇 %나 될까. 본다고 해도 기독교가 미국에서 전파된 미신인 줄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는 북한 민중에 영향을 끼쳐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유럽 민중이 풍요롭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서유럽이나 미국의 사정에 대해 몰랐다면 동유럽 혁명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북한 민중에 정보를 주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물론 북한 체제도 이 사실을 잘 안다. 때문에 엄격한 쇄국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위정자들에 의해 '금지된 진실'을 알려주려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디지털 자료 보급이나 전단 살포 등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지금 북한 내부로 남한의 많은 영화·음악·드라마가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대북 전단은 김정일 집무실 건물 앞에도 떨어졌다고 한다. 이 역시 효과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합쳐도 라디오 방송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라디오의 힘은 동유럽의 민주화 역사가 보여준다. 라디오 방송은 복잡한 메시지를 쉽게 알려 주는 특성이 있다. 제한 없이 풍부한 정보를 알려 줄 수도 있다. 지식인·비지식인, 대도시 시민·농어촌 주민, 당 간부·일반 주민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라디오 방송이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탈북자의 상당수가 북한에서 남한 방송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송이 탈북을 결심한 한 원인이 됐다고 한다.

유일사상체계에서 자라난 북한 청취자들은 다양한 메시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파 소식이든, 좌파 소식이든, 종교 소식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상과 세계관을 소개하면 그 자체가 북한 주민을 변화시킨다.

나는 라디오 방송을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했으면 한다. 특히 탈북자 단체가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북한 출신만큼 북한 주민들에게 넓은 세상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금 탈북자 단체가 하는 라디오 방송국은 열린북한방송·자유북한방송·북한개혁방송·자유조선방송 등 4개가 있다. 외국 기업에서 전파를 임대해 북한에 라디오 방송을 단파로 송출한다. 단파는 멀리 갈 수 있는 반면 음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중파는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음질이 좋다. 바로 '미국의 소리' 방송이 중파를 사용하는데, 북한의 전파 방해에도 불구하고 평양에서도 잘 들린다. 탈북자 방송도 중파를 이용하면 북한 주민에 미치는 효과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한국 정부는 탈북자 방송에 전파를 임대해주지 않고 있다.

북한 정권은 북한 사회를 냉동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 핵심이 라디오 방송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07/20110107017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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