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지방 균형발전 성공하려면 / 홍성걸 (행정) 교수

정부가 지방 발전을 위해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에 이어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과거 정부가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이라는 국가대표의 손발을 묶어 놓고 각 지역을 지원했다면, 이번 정책은 수도권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방에 대한 각종 지원을 확대해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100조원이라면 정부 1년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서민은 그 의미조차 와 닿지 않는 큰돈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 지방이 발전하고 지역 균형발전이 이루어질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 쌀시장 개방을 미루고 농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정부는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은 적이 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우리 농업은 여전히 경쟁력이 낮고, 많은 농민은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이것은 곧 ‘발전’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곧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선 취항 여객기 하나 없는 국제공항이나 이용객이 거의 없는 각종 시설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짓는 등 예산낭비형 사업은 곤란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방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생색내기로 사업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돼서도 안 된다.

4대 강 정비사업에 14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대운하 사업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국민의 동의 없는 대운하 사업은 집권여당에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이다. 내년 4월과 10월로 예정된 보궐선거,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거 등 꽉 짜인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집권여당이 이 사업을 대운하 사업으로 연결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4대 강 유역은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자연재해가 극심한 지역이다. 자연재해를 줄이고 환경생태계를 복원하는 등의 사업은 지방의 삶의 질 개선과 함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제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은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지방은 보다 많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고, 좋은 교육·의료환경과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많은 인구가 유입돼 활기찬 지방이 됨으로써 진정한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일방적 지원만을 기대한다면 그 지방은 더 이상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균형발전 정책은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냉엄한 경쟁의 시작이다.

균형발전은 ‘균등’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원의 균등배분은 지난 정권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에서 보듯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낙후될 수밖에 없는 망국 전략이다.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 기관을 지역에 골고루 나누어 준다고 균형발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광역경제권, 초광역경제권 혹은 기초생활권 등 각 권역의 지방정부들은 각자 혹은 인접 지방정부와 연계해 자신들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발전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여 타 지역과의 경쟁에 나서라.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지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번 사업에 지방의 명운을 걸라.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도 각 지역이 제시하는 매력적인 조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개혁하라. 그런 지방만이 기업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경쟁만이 지방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지방에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조세 감면은 정부가 해주지만 실제로 지방 이전 여부는 기업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2&aid=0002008525

이전글 [글로벌포커스―이원덕] 한·중·일 프레임워크 / (국제학부) 교수
다음글 [fn 이사람] 소외계층에 무료 법률상담 홍원식 법학 박사 / (대학원 법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