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김정일의 후계자에 관심 없는 이유 / 안드레이랑코프 (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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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만 아는 비밀 낙점이면 정치적으로 별의미 없어… 요즘 한국 언론은 북한 김정일이 자신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인 김정운을 낙점했다는 보도를 속속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김정운설(說)'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나의 이러한 무관심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 보도가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1990년대부터 후계자의 낙점에 대한 소문은 파도처럼 정기적으로 있곤 한다. 원래 이러한 파도는 한 해 한 번 정도였지만 요즘 김정일 건강 이상 이후에 더 자주 일어나게 되었다. 북한 지도부가 정말 세습 정치를 계속하자면 후보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김정일의 아들 3명, 그의 동거녀로 알려진 김옥, 그리고 그의 여동생 남편인 장성택 등 5명이 있다. 그 5명의 인물 중에는 후계자로 낙점되었다는 소문의 대상이 되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지난 1월 초순에 적지 않은 언론은 김정남이 낙점되었다고 주장하였다. 2008년 10~11월 김정일의 와병 국면에선 장성택이 북한을 통치한다고 보도하였다. 1년 전인 2007년 말에는 일본 언론을 인용해 둘째 아들 김정철이 후계자로 등장할 것이란 보도를 많이 했다. 지난 1년 동안에 장성택설(說), 김정철설, 김정남설 등이 퍼져간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번에 김정운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물론 이 소문에도 약간의 근거는 있겠지만 그러한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후계자 문제만큼 잘 지켜지는 국가비밀이 없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김정운설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역설적으로 후계자 이름에 대한 지식은 그리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필자는 김정일이 후계자를 낙점할 계획이 있는지 의심이 많다. 시간이 갈수록 김 위원장은 죽을 때까지 후계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북한에서 후계자를 낙점할 계획이 있을 경우에도 우리는 비밀스럽게 낙점된 사람에 대한 소문을 전혀 무시하면 좋겠다. 북한 정치 문화 및 구조를 고려할 때 비밀스러운 낙점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봉건시대를 많이 닮은 신전통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군주제는 아니다. 종교와 전통이 지배하는 봉건국가에서 곧 죽을 군주는 임종 때 젊은 아들을 갑자기 세자로 책봉해도 대부분 대신들이 임금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왕조가 천명(天命)이나 하느님의 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군주의 선택에 보통 감히 반대하지 못했다. 물론 김정일은 세습 독재자이지만 북한이 그렇지는 않다. 김정일이 비밀리에 후계자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만약 극소수 고위 위정자들만 아는 비밀 낙점이면 정치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주체사상에는 김 왕조가 천명을 받았다는 주장이 전혀 없다. 고위 간부들은 이러한 비밀 결정을 쉽게 무시하거나 부인할 수 있다. 그래서 공개화된 결정만 정권 이양의 시작으로 여길 수 있다. 후계자는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정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김정일이 살아 있는 동안에 정권 기반을 공고히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 확립을 비밀리에 하지 못한다. 후계자에 대한 결정이 적어도 간부 계층에는 확실히 알려져야만 후계자는 믿을 만한 자기 사람들을 고위직에 앉힐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첫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하니 후계자의 낙점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중·하위 간부들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잘 알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외부 세계에도 이 소식은 빨리 퍼져나갈 것이다. 그런 다음 후계자 위대성 선전 캠페인이 본격화되면 진짜 정권 이양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일이 이러한 캠페인이 필요 없는, 정말 극비로 되어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도 그 결정이 북한의 운명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20218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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