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포커스] 김문환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 (법)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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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명 각계서 파워엘리트로 활약 우리가 받은 만큼 가난한 나라 도와야” 풀브라이트 장학제도가 각광받는 데는 풀브라이트 동문의 힘도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800여명에 달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학계는 물론 정·관계 등 다방면에서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아직은 전체 장학생의 95%가량이 학교와 연구소 등지에서 교수·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청와대, 국회는 물론 군과 경찰 등 다방면으로 진출하고 있다. 2008년 12월부터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를 이끌고 있는 김문환 동문회장(전 국민대 총장)을 만나봤다.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의 규모와 역할은 어떤가 “풀브라이트 동문회는 세계 각국마다 조직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풀브라이트 장학생들끼리 네트워킹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지난 1980년대 말 조직하게 됐다. 풀브라이트 장학제도가 한국에 들어온 시점과 비교하면 출발이 많이 늦은 편이다. 처음 동문회를 조직할 당시 초대 김두현 동문회장(현 합동법률사무소 대표)과 함께 창립 준비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다. 1년에 3~4차례 모임을 가지고 있고 한미교육위원단 건물을 구입하는 데도 동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남부 지역이 초토화됐을 때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 “당시 허리케인 피해복구 자금으로 4만6000달러를 내놓았다. 당시 직접 주한 미대사관으로 가서 모금한 돈을 전달했다. 전세계 풀브라이트 동문회가 모금한 돈 중 가장 많은 액수라고 들었다. 사실 허리케인으로 미국이 폐허가 되다시피 했을 때 일종의 문화적·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과거 6·25를 직접 체험한 우리 세대들은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이 없어 미군에서 흘러나온 밀가루와 우유를 먹고 자랐다. 당시 우리에게는 미국이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그런 미국이 전쟁과 같은 폐허로 변했는데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언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나. “1986년에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1만2000달러를 받았다. 그 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대학에 연구교수 자격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으로 실리콘밸리의 일부를 이루는 곳이다. 그곳에서 신용카드법을 연구했다. 1986년은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 인구가 100만명(1984년)을 돌파하며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당시 세계 최대의 신용카드 사용국인 미국에서 공부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도 신용카드 관련 법이라고 하면 적어도 (내가) 국내에서 최고라고 자부한다.” 당시 1년간 1만2000달러였던 장학금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생활하는 데 충분했나. “1979년 국민대에서 교수로 첫 강의를 시작하고 받던 연봉이 당시 돈으로 6000달러가량이었다. 자비로 미국 유학을 떠났던 1981년에도 그 정도 연봉에 머물렀다. 하지만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나서 왕복항공료를 비롯해 학비와 연구비, 생활비로 1년 연봉보다 많은 1만2000달러가량을 장학금으로 지원 받았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1년에 5000만원 정도가 될 것 같다. 물론 뉴욕과 같은 곳은 물가가 다른 도시의 2.5~3배 수준이니까 모자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 돈은 연구하고 생활하는 데 충분한 액수였다고 기억된다.” 최근 대기업 장학금에 밀려 풀브라이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과거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어떤 대접을 받았나.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당시 식자층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돈을 더 많이 주는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 장학금에 밀려 예전보다는 인기가 좀 떨어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에 가서 ‘SK 장학생이다’라고 하면 SK가 아직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고 하면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개도국에서 온 교수를 별로 중요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내 명함에 ‘풀브라이트 연구교수’라고 적혀 있으면 대우가 달라졌다.”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의 교육계 진출이 활발한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비문화가 원인인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식인들이 많이 부족하다. 학문 축적이 약하고 지식이 얕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수로 대변되는 지식층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한 세대(30년가량) 이상 지나면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이 교육계가 아닌 다방면으로 골고루 퍼지리라 본다. 이웃 일본은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3000명 정도 되는데 정계·관계·기업 등에 골고루 퍼져 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비롯 대학총장 등 교육계 인사들 상당수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다. 미국식 교육에 대한 부작용은 없나. “미국 교육은 스펙트럼이 넓다. 전세계에서 반미파라고 하는 사람들도 사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아주 많다. 미국 교육은 자신의 치부와 약점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예컨대 미국이 전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수탈하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개도국에서는 자기나라를 선전하는 데만 바쁘지 이렇게 하는 곳이 어디가 있나. ‘친미(親美)’ ‘반미(反美)’ 하는 것도 결국 미국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개인적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한국 사회에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란 파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있다.” 미국에 풀브라이트 장학제도는 어떤 의미인가. “지난해 12월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송년회에 캐슬린 스티븐슨 미국대사가 직접 참석했다.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의 미망인 해리엇 풀브라이트 여사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과 결혼하기 전에 한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한국에 자주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풀브라이트 장학제도는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힘이다. 미국의 추락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한다고 하지만 이런 장학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최근 교과부에서도 한국판 풀브라이트 장학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이 지체된 것 아닌가. “1990년대 초반 정도에 진작 만들었어야 했는데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기부하는 데 인색한 문화 때문에 한국판 풀브라이트 창설이 늦은 것 같다. 우리도 이제 그동안 도움 받은 것을 베트남, 라오스와 같은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동남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 특히 베트남에 관심이 많다. 베트남전으로 인해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베트남 학생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가르쳐주거나 우리 교수진을 베트남에 파견해 지식을 전수해줄 수도 있다.” 일부 대학이 무리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부작용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도 전국에 대학 교육시설은 남아도는 형편이다. 특히 2012년부터는 대학 입학생 수가 점점 감소할 것이다. 결국 베트남, 라오스 등지의 우수한 인재들을 데려와 교육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요즘과 같은 다문화 시대에는 두뇌가 뛰어난 동남아 각국의 인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형성해 정착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교육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가장 빠른 도구다.” | 한국판 풀브라이트 사업 | 교과부 “국제장학제도 도입” 발표 내년부터 외국인 장학생 초청 추진 우리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한국판 풀브라이트’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체계화된 장학 프로그램이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한국판 풀브라이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7일 교과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국제사회에 대한 공적원조를 높이는 수준에서 우리보다 못사는 외국의 장학생이나 석학, 언론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사업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한국판 풀브라이트로 불리는 ‘교과부 국제장학제도(MEST Scholarship)’ 도입 계획을 밝혔다. 안 장관은 1970년·1981년 두 차례 풀브라이트 장학제도의 혜택을 받았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임기 2년의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생 동문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교과부 협력총괄과 박대림 사무관은 “2009년에는 계획수립과 동시에 예산을 확보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며 “7명의 교육부 사무관이 현재 이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다”고 했다. 연세대 석사과정의 이화선씨는 풀브라이트 장학 제도를 주제로 삼은 연구논문에서 “지난 2000년에는 풀브라이트 장학제도 자체가 노벨 평화상 수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이 프로그램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상호 이해를 토대로 한 세계 평화의 구현에 충실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대표적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SERI)도 “보다 많은 수의 우수한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장학금 마련이 필수”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3&aid=0000010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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