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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기업 ‘공익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해야 / 이재경(경영) 교수

군사정권과 개발독재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이래 네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예외없이 등장한 단골메뉴가 바로 공기업 개혁이었다. 이번 정권에서도 어김없이 강력한 기세로 공기업의 민영화, 통폐합, 기능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기마다 문제 되는 몇몇 공기업을 합치거나 없애고 민영화하는 식의 개혁은 4∼5년에 한 번씩 그 대상만 바뀔 뿐 정치권과 국민에게는 반복적으로 부여되는 숙제처럼 지루한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공기업 관리체계 자체의 패러다임 변혁을 논의할 시점에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권교체기마다 공기업 개혁이 논의된다는 것은 그 대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공기업을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공기업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으로 개혁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공기업 경영 효율성 저하의 근본 원인은 민간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을 수십년간 별다른 변화 없이 일방적 관료주의식으로만 지배·운영해온 정부의 비효율적 관리체제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관료 주도의 공기업 운영체제에서 생산성·효율성 위주의 민간기업형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공기업 관리체제의 실마리는 싱가포르, 일본 등 우리보다 변화를 앞서간 나라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공기업 지배구조의 개선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테마섹이라는 국가 지주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도 우정공사 등의 단계적 민영화를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효율성이 담보될 수 있는 사업부문부터 관련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계 시너지와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토공, 주공, 도공, 수공 등 사회기반시설 공기업들을 자회사로 하는 사회간접자본(SOC)부문 공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내외 경기침체로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중산층 붕괴까지 우려되는 시점에서,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서 4대 강 정비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사업 간의 시기 불일치와 연계성 부족 등으로 그 추진 효과는 반감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4대 강 정비, 주택건설, 국가산단, 도로건설 등을 패키지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SOC 공익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재원의 효율적 활용으로 그 시너지 효과에 따른 국민경제의 파급효과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연계 추진에 따른 사업기간 역시 크게 단축돼 금융비용 절감과 함께 현정부의 경제살리기에도 강한 속도감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경영·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자회사로 전환된 4개의 SOC 공기업은 공적 기능에만 전념하는 기업형 경영 시스템이 구축되면, 지금과 같이 상징적·일시적 공기업 개혁을 벗어나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이나 비효율적 부문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상시 구조조정과 민영화, 아웃소싱 등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자회사 간 이익의 교차지원이나 인력지원으로 정부의 재정부담 축소가 가능하고,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로 인한 공공부문 비대화를 예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제는 정부도 권한 위임과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기업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작은 정부’로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에 왔다. 물론 그에 따른 철저한 대비책과 새로운 공기업 운영체제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개별 공기업의 효율성은 극대화하면서 사업유형별 기능·업무의 혼선을 방지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사업부문별로 단계적인 공익지주회사를 설립해 나가는 방안이 최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SOC 관련 공기업부터 패키지화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시키고, 단계적으로 금융·IT·에너지·산업진흥 등 제반 공공부문에도 지주회사제를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2&aid=00020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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