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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물안개 뿜어내는 빌딩… 건축에도 ‘통합 트렌드’ / 장윤규 (건축) 교수

건축가그룹인 ‘딜러 앤드 스코피디오(Diller & Scofidio)’는 2002년 스위스 엑스포에서 ‘블러 빌딩(Blur Building)’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들은 건물의 외부에 3만1500개의 고압 노즐로 미세한 물방울을 뿌려 인공 안개를 만들었다. 이것은 건물이 호수 위 물안개 속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해냈다.

딜러 앤드 스코피디오는 건축계의 ‘통합’ 또는 ‘통섭’ 트렌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건축가그룹은 건축에 미디어 설치, 시각예술, 행위예술,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예술과 건축의 새로운 소통’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현대 건축과 통합 트렌드

이처럼 현대 건축은 구조와 공간, 재료, 스킨(skin·외피), 주변 환경(landscape) 등을 통합해 새로운 틀을 구성하고 나아가 새로운 건축 모델을 발견하는 모색기에 와 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런 움직임에 속도를 더해 준다.

사실 통합 트렌드는 건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사회·문화적 구조를 형성한다. 구조주의 예술가 라슬로 모홀리너지나 나움 가보가 이뤄 내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 철학은 통섭을 논하면서 모든 학문의 상호보완적인 결합을 이야기하고, 예술도 자기 분야를 뛰어넘는 새로운 결합을 탐색하고 있다. 특히 예술과 건축의 결합은 더 큰 변위와 변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 다양한 통합의 사례들

크리스토, 장클로드 부부는 도시의 건물이나 해안, 계곡, 강 등 자연을 포장(wrapping)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설치 미술로 유명하다. 이들의 작업은 다분히 건축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현대 건축의 중요한 이슈인 스킨의 문제를 제기하고, 구조와 스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터빈 홀’에서 선보인 아니시 카푸어의 작업도 건축적 공간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다. 그는 거대한 관처럼 생긴 터빈 홀에 역시 거대한 튜브를 설치해 분리된 공간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공간적 통합을 이뤄 냈다.

올라퓌르 엘리아손은 이런 통합적 시도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2003년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빈 홀에 인공태양을 만드는 ‘더 웨더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를 완성했다. 그의 작품은 건축과 설치, 조각, 사진을 넘나들며 빛과 색상, 온도, 파장 등을 연구한다. 그럼으로써 예술과 건축, 테크놀로지가 결합하는 새로운 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엘리아손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독특한 작업 방식 때문이다. 그는 혼자서 예술적 탐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에 아티스트와 건축가, 기술자들을 모아놓고 이들과 협력한다. 팀원들은 철학, 미학은 물론 기술적 부분까지 모든 이슈를 공유한다. 이렇듯 예술에 기술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이 결합되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307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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