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소통과 융합이 선진화의 길 / 김현수(경영) 교수

한 시대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좌와 우가 예기치 못한 역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휘청거리는 것을 보면서, 이제 구시대는 한계에 와 있고, 새로운 시대가 임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학문에서도, 또 산업과 경제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할 때다.

현대사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와 학문이 그동안 많이 분화되고 단절이 심해져 왔다. 소통과 통합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여러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단절과 분화는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소통과 통합을 위한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개선되지 못하고 문제만 증폭시킨 원인은 무엇인가? 다른 의견이나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 수준이 너무 피상적이어서 그렇지 않은가 생각된다.

현대 사회와 산업은 계속 복잡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래서 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복잡한 커뮤니케이션(Complex communication)이 가능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Expert Thinking)을 가진 인재다. 여기서 중요한 초점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는 것이 아니고 `복잡함(complex)'에 있다.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접분야와 타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소통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수준이 피상적이었다. 상대에 대해서, 타 분야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으면서도 깊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개략적인 이해만 있음에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아온 것이다. 깊이 있는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며, 소통의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소통과 융합을 위한 또 하나의 축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지식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이가 없으면 사회와 타학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접분야, 타 분야와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지 못한다. 깊이가 없으면 소통이 안된다. 미국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좋은 담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고 했다 한다. 자신의 분야를 확실히 가꾸면서, 타 분야에 대한, 타 산업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경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자신의 것을 소중히 가꾸면서도 타 분야에 대해서는 너무 높지 않은 경계를 쳐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복잡한 커뮤니케이션과 깊이있는 전문지식을 가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소통과 통합이 쉬운일이 아닌 것이다. 수고로움과 인내와 긴 시간이 함께 필요하다. 이런 어려운 것들을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부분이듯, 즐거움과 고통이 또한 삶의 한 부분이다. 고통과 인내와 노력에 편안해질 때 우리는 소통과 융합에 한층 다가서 있는 것이다. 소통의 방법, 융합의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 속에서 깊이 있는 이해가 생기고, 결국에는 소통과 융합이 가능하게 된다.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자그마한 노력을 해 놓고 성과가 없었다면서, 소통과 융합에서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먼 길을 다시 떠나야 한다. 난마처럼 뒤엉켜 있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 계속 커져온 집단간의 인식차이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긴 호흡으로 소통과 통합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서비스사이언스전국포럼을 운영하면서 더욱 더 긴 호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융합학문의 토대를 세우는 일, 융합학문으로서 사회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학문간의 소통보다 더 어려운 문제임을 깊이 느낀다. 학문의 통합이나 산업간의 융합이나 사회의 소통이 맥락이 같은 것이다. 전략과 마음을 추슬러서 소통과 통합의 길을 다시 떠나야 한다.

원문 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9060502012369697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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