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국가유공자 대우 아직 부족하다/목진휴(행정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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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6·25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태어났다. 전쟁의 무서움이나 참혹함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지우기 힘든 기억이 있다. 1960년대의 동네에서는 낡은 군복차림으로 목발에 의지하거나 의수를 하고 다니는 상이군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숫자로 함께 몰려(?)다니던 그들은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구걸하는 거지였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큰소리치고 행패 부리는 이상한 아저씨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먹을거리를 빼앗기는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항상 힘들어했다. 혹시 나를 못살게 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잰걸음하여 비켜가곤 했다. 어린 나는 왜 그들이 그러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상이군인’들이 걸인으로 깡패로 행동하고 취급받았던 그때의 대한민국은 국가로서의 기본을 잊고 있었다. 국가는 그들을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았고 적절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전쟁의 흔적을 지우고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 시급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가의 부름으로 자신을 희생한 자들이나, 그들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책무가 됐어야 했다. 직무를 유기한 것이 국가라는 점을 어린 나는 몰랐던 것이다. 일전에 신규로 임용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용되는 20대 초·중반의 그들은 평화와 자유 그리고 풍요를 함께 누려온 세대다. 칠판에 ‘상이군인’이라고 썼다. 어떤 생각이 나는지를 적어 보라고 했다. 약간은 당황한 표정을 보인 그들은 다양한 단어를 제시하였다. 그중에서 ‘국가유공자’가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였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상이군인’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로 보고 있다. 나는 그날 ‘다른 국가’를 보았다. 걸인으로 깡패로 취급되었던 그들이 200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국가유공자로 인식되고 있다. 4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렸다. 오늘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동안 유명을 달리한 많은 ‘국가유공자’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들이 오늘에도 생존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현재 국가보훈처는 국가예산의 1.5% 정도인 3조3000억원 이상을 예산으로 집행한다. 이 중 90% 정도는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의 생활지원과 품위유지 그리고 의료보호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대상으로 인해 충분한 지원이 못 된다. 국가는 그들이 최소한의 안정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고 올바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정책적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국가유공자’의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국가유공자에 걸맞은 대상이 누구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옷깃이 찢어지도록 많은 훈장이 달린 옷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해 보라. 충분한 보상으로 품위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빈곤 앞에 지키고 싶은 품위는 사상누각임을 알아야 한다. 예우와 보상이 엄격함과 충분함을 갖추어야 국민들이 국가유공자를 존경할 수 있다. “60년 만에 가족의 품에 돌아온 젊은 노병이 있다. 걸어서 들어올 것이라고 대문의 빗장을 걸지 않았던 늙은 새댁은 손에 들려온 그를 찢어지는 가슴으로 맞았다. 비록 유골이나마 그래도 돌아온 그를 새색시의 마음으로 안아준다. 내내 잠을 청하지 못하던 새댁은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속삭인다. 이젠 대문을 잠근다.” 최근 6·25전사자 유해발굴의 결실로 미망인을 찾아 유골을 전달했다는 짤막한 언론보도를 이렇게 각색해 보았다. 왜 이제이냐며 책망할 수 있지만, 국가의 책무는 바로 이것이다. 끝까지 잊지 않는다는, 끝까지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호국은 그래야 가능하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 원문 보기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6/09/3394809.html?cloc=olink|article|defaul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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