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편집자에게]누가 한일관계 낙관하는가/이원덕(국제학부)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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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을 지배해 왔던 자민당 정권이 8월 30일 총선에서 민주당 광풍 앞에 무릎을 꿇었다(31일자 A1·3면). 일본 정치사에 '혁명'으로 기록될 자민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압승은 엄청난 전환의 소용돌이를 불러올 것이다. 자민당과 민주당이 주축이 되는 양대 정당 시스템이 도래하고, 관료주도에서 정치주도로의 권력이동이 진행될 것이다. 민주당 압승은 자민당 지도부의 실정(失政)과 무기력, 관료지배 체제의 폐단에 대한 염증 때문이고, 격차사회의 시정과 지방분권의 실현 등을 내건 민주당의 공약이 약효를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이즈미 정권 이후 1년마다 총리가 교체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인 자민당 정권으로서는 민주당의 파상 공세에 이렇다 할 힘도 써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선거혁명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온 자민당 정권의 지지기반 하락추세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냉전체제가 붕괴하고 일본 정치권이 총제적으로 보수화하는 흐름 속에서 자민당은 자유주의 진영의 수호자 역할을 더 이상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버블경제가 붕괴하고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를 경험한 것은, 경제의 고도성장을 통한 이익분배형 정치에 익숙해진 자민당의 위기국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눠줄 자원이 고갈된 자민당에 더 이상의 기대는 무리였을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주된 쟁점은 국내정치 문제였기에, 새로운 민주당 정권이 추진하게 될 외교안보 정책이 근본적인 전환을 추구할 것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민주당은 선거 공약을 통해 미국과 대등한 외교,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필자는 그래서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자민당 지도자들과는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역사인식 문제에서 건강하고 전향적이며, 안보정책 면에 있어서도 온건한 노선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가 자민당 지도자들의 네오콘적 발상이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정권의 출현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일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 전후 보상, 과거사 인식 문제와 관련한 음험하고도 불미스러운 움직임은 민주당 정권하에서 다소 억제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민주당 정권이 출현했어도 일본 정치의 보수지형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고, 민주당의 이념과 정책 스펙트럼은 혼란스럽다. 일본의 정권이 바뀌었어도, 한일관계를 낙관하기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일본학전공 교수]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31/20090831018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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