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경향신문-목진휴의 눈]지(之)와 일(一), 그 의미/목진휴(행정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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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지(之) 자는 ‘가다 또는 영향을 미치다’의 의미가 있다. 지남지북(之南之北)이나 지동지서(之東之西)에서는 행동을 묘사하고 있다. 늦은 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걷는 모습이나 정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정책을 꾸려가는 경우를 연상하면 지(之)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왕좌왕(右往左往)이니 조변석개(朝變夕改) 등의 의미 또한 무관하지 않으면서 주관도 없고 일관성마저 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설명한다. 오랜 역사를 통해 혼란, 무의사, 무결정 등으로 대표되는 못난 사람 또는 못난 국가를 지칭하는 경우로 쓰여 왔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그야말로 일사천리의 뜀박질로 달려온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라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하는 세계 12위의 경제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 민족사에서 지금처럼 자유롭고 부유한 적이 없었고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의 제품이 이렇게 선호된 적도 없었다는 것이 역사의 기술이다. 유엔이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아프리카의 농촌 개선 모형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는 점도 다른 사례이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모두가 합심해 신속하게 앞만 보고 걸어온 결과이다. ‘빨리 빨리’나 ‘하면 된다’가 미덕이었다. 그럼에도 풍요와 자유 속의 빈곤 및 차별이 바로 일(一) 자의 어두운 모습을 반영한다는 비판도 있다. 21세기의 초입에 선 우리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해야만 시대에 걸맞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경제적 풍요함에 정신적 부유함이 함께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지(之)의 의미를 우왕좌왕이 아닌 좌고우면(左顧右眄)의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왼쪽을 둘러보고 오른쪽으로 세심히 살피면서 매사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모퉁이를 굽어 돌아가는 뱀길이나 스키의 유연한 활강곡선의 의미를 찾자는 것이다. 높은 산을 넘어 가기에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적격이고 직선 활강이 스키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생각해도 지(之)의 다른 의미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러보고 섬세하게 고민하는 세상을 내일의 우리 사회로 설정한다면 스키의 좌·우 활강이 오히려 상황 적응력을 높이고 변화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도록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굽이굽이 나 있는 뱀길은 자연의 일부만이 아닌 전체를 신중하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지(之)의 깊은 의미에 부합되는 좌고우면의 사고는 경제와 문화가 조화돼 풍요함와 부유함을 함께하는 세계 일류의 우리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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