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삶과 문화] 3월 26일 그 날은…/김대환(관현악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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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된 3월 26일은 공교롭게도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그날 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뜻있는 분들이 사재를 털어가며 주최한 안중근 의사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부끄럽게도 안중근 의사에 관해서는 독립운동가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는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던 필자였지만, 이 음악회에 악장으로 참여하면서 그 분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이토 암살 후 사형이 집행되기까지 5개월간의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의 생활은 일반 사형수들의 일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수감 생활 동안 안 의사는 대한독립, 동양 평화론, 종교와 문학에 관한 다양한 저술을 남겼으며 그 해박한 지식과 인격에 법원과 감옥의 관리들조차도 줄을 서서 그에게 유묵을 받았다고 한다. 사형 집행 당일도 평상시처럼 침착해서 주위의 안타까움과 존경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 의사가 왜 의거 사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새로이 조명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음악회 중에는 수감 중인 안 의사에게 보낸 "나라를 위해서는 죽음을 두려워 말라"는 어머니의 편지가 낭독되었다. 사형을 앞두고 있는 아들에게 편지와 수의를 함께 보낸 그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곡으로 애국가가 연주되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동료 연주자가 애국가를 연주하면서 울 뻔했다며 나이 탓을 했다. 언젠가부터 올림픽 때 태극기가 올라가면서 들리는 애국가에도 울컥하는지라 공감이 갔다. 남북통일이 된다면 애국가의 운명이 어찌될까. 독일이 통일되고 벌인 신경전 중 하나는 국가(國歌)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서독과 동독이 각각 자기의 국가를 통일된 조국에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새로 작곡을 한다 해도 어느 쪽 작곡가가 그 일을 맡을지도 문제 거리였다.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는 처음에는 평범한 노래였을지언정 반세기 넘는 세월 우리 국민과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의미가 살아 있는, 통일 후에도 꼭 간직하고픈 곡이 되었다. 추모 음악회에서도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는 청중과 무대 위의 성악가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한 쪽에서 애국가를 합창하며 민족 화합을 염원하던 그 시각, 분단 조국의 멍에를 짊어지고 바다를 지키던 군인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중에 '爲國獻身 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말이 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뜻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군인들은 안 의사의 유묵처럼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 나라를 지키다 안타깝게 희생된 장병들을 위해, 또한 이 시각에도 사명감으로 복무하고 있는 군인들을 위해 이번 사건의 진상이 어떠한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든 낱낱이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 북한의 공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3월 26일은 일본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구하려 자신을 희생한 안중근 의사의 100주년 기일이다. 북의 연루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하는 뜻 깊은 날에 민족의 분열을 일으킨 북한의 행보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4/h201004232034398192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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