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지털타임즈] `서비스 인프라` 국가가 나서야/김현수(경영학 전공) 교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폭발적인 수요를 경험하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우리 산업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능이 우수한 휴대폰을 생산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높여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적으로 우수한 휴대폰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경제의 주요 키워드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오랫동안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감개가 무량한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경제와 산업의 궁극적인 발전 전략이 무엇인지 한 단계 더 깊이 숙고해 보고 행동해야 한다.

하워드 가드너가 1980년대에 다중지능이론을 제기한 이후, 인간 지능의 다양한 측면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논리수학적 지능, 언어적 지능, 공간적 지능 외에도 음악적 지능, 신체운동적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이해 지능, 자연탐구 지능 등이 인간 능력의 다양한 차원으로 추가되고 있다. 한 인간이 모든 지능의 차원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으므로, 각자 자신의 뛰어난 부분을 잘 살리는 길이 성공의 길이라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생산이 탁월한 기업, 연구개발이 탁월한 기업, 마케팅이 탁월한 기업, 영업이 탁월한 기업, 디자인이 탁월한 기업 등 부문별로 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부문에 대해서 탁월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경쟁력이 최상이 아닌 부문은 아웃소싱을 통하여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차원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절대 강자인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국민과 경제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아이폰을 만든 애플사는 미국 기업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 인프라와 한국의 산업 및 인력 인프라는 매우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삼성전자나 LG전자에게 왜 애플처럼 행동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인 것이다. 생산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유지하는 일과 최고의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개발하는 일만도 대단한 일인데, 소프트웨어적 또는 서비스적 컨셉트에 왜 강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수학을 1등하는 학생에게 음악까지 1등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수학을 1등하는 학생이 음악까지 1등 하려면,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만, 수학 1등을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과 산업이 처한 외적 환경을 이해하고, 그 바탕위에서 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005180201235169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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