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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시론]시험대 오른 일본 새 총리/이원덕(일본학 전공) 교수

지난해 9월 자민당 장기정권을 종식시키고 화려하게 등장한 하토야마 총리는 ‘우애’와 ‘동아시아공동체’ 등으로 대표되는 꿈과 이상을 추구하려 했지만 끝내 현실정치의 두꺼운 벽에 부닥쳐 좌초하는 운명을 맞았다. 하토야마 정권은 뜨거운 기대와 열망 속에 출발했으나 지지율은 서서히 저하되었고 5월 말엔 마침내 20% 이하 수준까지 수직 하강해 임계선을 넘었다.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하토야마 간판으론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히게 됐고 하토야마는 마침내 사퇴를 결의했다. 그의 정치적 꿈을 좌절시킨 것은 정치자금 문제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였다.

하토야마는 투명한 회계절차를 생략한 채 모친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엄청난 치명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의 실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계속되면서 여론은 하토야마-오자와 라인의 사퇴압력 수위를 점차 높였다. 이에 민주당은 하토야마와 오자와가 동반 퇴진하고 지도부를 교체함으로써 분위기를 쇄신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또한 하토야마는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시킨다는 총선 시 약속을 이행하려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심각한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고심 끝에 내린 최종 결론은 2006년 자민당 정권이 미국에 약속한 원안으로 회귀하는 것이었다. 집권기간 내내 벌어진 극심한 혼란과 갈등은 그의 정치적 미숙과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토야마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일본을 이끌 지도자로 간 나오토(菅直人)가 선출되었다.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이번 총리 교체극의 주인공인 간은 민주당의 창당 멤버로 대표직을 두 번이나 수행한 경력의 소유자로서 일찍이 하토야마 후임 총리 1순위로 거론돼 왔다. 그는 당내 최고 정책통으로 후생·복지·재정·경제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하토야마 내각의 부총리로서 국가전략상과 재무상으로 활약해 왔다.

따라서 간 정권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정권 공약인 매니페스토에 입각해 전 정권이 추진했던 정책과 노선을 충실하게 계승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간 신임 총리는 민주당이 내건 개혁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먼저 후텐마를 둘러싼 혼란에 종지부를 찍고 음습한 정치자금 거래 관행을 불식할 제도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흐트러진 민심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대표 선출 과정에서는 하토야마-오자와 라인과 거리를 유지했던 민주당 내 비주류 그룹들이 앞다투어 간 지지를 표명하며 오자와 간사장의 영향력 배제를 노골적으로 주문하는 양상이 표출되었다. 이는 다가올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민주당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판단된다. 당내의 주도권을 둘러싼 리더 및 그룹 간의 이합집산 양상은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시기적으로는 올 9월의 민주당 대표선거 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문보기 :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06/05/3817568.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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