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계일보]지자체 재정위기 막으려면/홍성걸(정책학전공) 교수

방만한 대형 재정사업이 위기 불러
조기경보 체제·의회의 견제 필요

성남시의 갑작스러운 지불유예선언으로 지자체의 재정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성남시는 재정상황이 매우 우수(재정자립도 전국 8위)하기 때문에 지불유예선언의 동기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남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자체들이 재정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에서도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는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단체장들의 선심성 공약과 대중영합적 전시행정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의 교부금을 믿고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 대형 재정투자사업을 끌어들였고, 주민들은 이를 지역발전의 신호로 받아들여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의 여파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해 분양률이 저조해지면서 부동산을 팔아 투자재원을 마련하려던 지자체들은 막대한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민선 4기까지 동일 정당이 집행부와 의회를 동시에 장악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기능이 작동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집행부는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대형 재정사업을 마구잡이로 시행할 수 있었다. 고령화와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계층은 급증하는데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주민들에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을 서슴없이 약속했다. 최근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자 확대도 재정위기 악화에 한몫을 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때 가정이든 정부든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축소하는 것 외의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봉착하면 민간에서와 마찬가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지출은 줄이고 수입은 늘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한다.

지방재정 위기가 계속된다면 우리도 외국처럼 지방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난 완화를 위해 중앙·지방 간 사무 배분의 재고와 자주재원 확충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자립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재정건전성이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자주재원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중앙정부의 통제가 어려워 더욱 방만한 재정운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재정위기의 대책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능력을 고려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통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지자체들의 재정운용 상황에 대한 조기경보체제를 수립하여 재정위기의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들에 경보를 발동하고 위기의 단계별로 취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들을 마련하는 일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집행부와 의회 간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지방의원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민선 5기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해 장악되어 진정한 민주적 지방자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동시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공약사업도 지자체의 재정능력을 바탕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시민들도 과도한 대중영합적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을 배제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달콤한 약속을 제시하는 후보들에게는 재원마련 대책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끝으로 재정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주민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도록 함으로써 다시는 능력을 넘어선 방만한 재정투자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한 교부금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00715004194&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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